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KT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윤 후보자가 후보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KT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자는 22일 KT 이사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 자리에서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KT이사회에서는 윤 후보자의 사임을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아직 KT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경림 KT 차기 CEO 후보자/ KT
윤경림 KT 차기 CEO 후보자/ KT
KT는 현재 차기 CEO 후보로 추천받은 윤경림 사장 선임과 관련한 전자투표를 진행 중이다. 구현모 KT 대표의 임기가 3월 31일 끝나는데, 같은 날 진행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를 추대해야 경영 공백이 없다.

선임 찬반과 관련해서는 주주 간 의견이 엇갈린다. KT 1·2대 주주인 국민연금(10.1%)과 현대자동차그룹(7.8%)이 윤 후보 대표 선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 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회사 글래스루이스와 ISS, KT소액주주 모임은 윤 후보자의 CEO 선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알려진 것처럼 윤 후보자가 갑자기 후보 자리에서 사임할 경우, KT 경영 공백은 현실화한다.

KT 소액주주들이 모여 만든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은 윤 후보자 사임 관련 소식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카페 게시판에는 ‘제발 KT주주를 위해 사퇴하지 마세요’ ‘결국엔 외압에 무너지고 마네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이 나서 최후통첩을 날렸고, 검찰과 경찰이 KT 수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압박한 결과다"며 "구현모 전 대표에 이어 윤 후보까지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공세를 못 버티고 결국 두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KT 등 민간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고, 비정상적인 개입을 중단하기 바란다"며 "당장 힘으로 누르고 협박해 자리를 빼앗을 수 있지만, 사필귀정 국민과 역사로부터 심판받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규탄했다.

KT 관계자는 윤 후보의 사퇴 관련 소식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