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열을 올린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권고가 아닌 강제성을 띄고 있지만, 기업들은 성별을 떠나 각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해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여성이사 할당제’는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기업의 경우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다. 과거에는 권고에 그쳤던 조항이 ‘특정 성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로 개정돼 강제됐다.

이미경 사단법인 환경재단 대표 /조선일보 DB
이미경 사단법인 환경재단 대표 /조선일보 DB
삼성SDI는 15일 열린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 박태주 사외이사 대신 이미경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미경 사외이사는 환경재단 대표로 환경부 중앙정책위원회 위원, 탄소중립위원회와 수소경제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환경 분야에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전문 지식을 보유한 환경 전문가이다.

이미경 사외이사 선임으로 삼성SDI의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기존 25%에서 50%로 늘었다. 삼성SDI 측은 "다양성이 더욱 강화됐으며, 앞으로 회사의 친환경 전략에 대한 자문과 제안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삼성전기도 15일 주총에서 여윤경 이사를 재선임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50%로 유지했다.

유명희 삼성전자 사외이사(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 IT조선 DB
유명희 삼성전자 사외이사(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 IT조선 DB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선임한 바 있다. 유명희 사외이사는 산업부 통상교섭실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경제통상 분야 전문가로, 통상교섭본부장이던 2020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해 최종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도 23일 주총에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최윤희 교수는 법무 전문가로 중앙노동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활동 등 노사관계 관련 풍부한 전문성을 갖췄다. 최윤희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현대차 여성 사외이사는 2명으로 늘었다.

LG유플러스는 회사 창립 후 처음으로 여성 사내이사를 선임했다. LG유플러스는 17일 주총에서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여명희 CFO/CRO는 LG유플러스에서 회계담당, 경영기획담당을 거치며 회계·재무·경영 등 역량을 인정받아 올해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통해 CFO/CRO로 발탁됐다. 전문성과 더불어 오랜 기간 LG유플러스 재직한 업무 경험이 회사 비전 달성에 기여할 뿐 만 아니라 최초 여성 사내 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주총에서 엄윤미 도서문화재단씨앗 등기이사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엄윤미 도서문화재단씨앗 이사는 맥킨지컨설팅 매니저, 카카오임팩트 이사, 아산나눔재단 등기 이사 등 경험으로 갖춘 ESG 관련 전문성을 기반으로 LG유플러스의 지속 가능한 경영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LG디스플레이도 21일 개최한 주총에서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로 저명한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박 교수 선임으로 LG디스플레이 여성 사외이사는 2명이 됐다.

LG디스플레이는 "박 교수는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로 산업 트렌드 및 미래기술 확보와 관련해 기여할 수 있다"며 "여성 리더로서 경영 전반에 대한 이사회 활동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고려할 수 있는 열린 시각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다"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SK주식회사 사외이사 후보로 의결된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외국변호사 / SK
SK주식회사 사외이사 후보로 의결된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외국변호사 / SK
23일 주총을 연 LG이노텍은 박래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박래수 교수는 재무관리 및 정책금융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재무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SK그룹도 이사회 경영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혁신 전략인 '거버넌스 스토리'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사가 새롭게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12명 중 7명은 여성이다. 최고경영자(CEO)급 전문경영인 출신도 7명이다.

SK주식회사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 외국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SK이노베이션은 김주연 전 P&G 한국·일본지역 부회장과 이복희 롬엔드하스전자재료씨엠피코리아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SK텔레콤은 오혜연 KAIST AI(인공지능) 연구원장, SK하이닉스는 김정원 전 한국 씨티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부행장, SKC의 여성 사외이사 후보는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사장이다. SK바이오팜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민지 크로스 보더 파트너스(Cross Border Partners) LLC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이름을 올렸다.

SK그룹 관계사의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사외이사 선임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여성 사내·사외이사 수는 총 19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이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대비 7%포인트 높아진 21%가 된다.

SK그룹 관계자는 "3월 말까지 주총이 마무리되면 SK 주요 관계사 이사회는 전문성·다양성·독립성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