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특정 사모펀드 운용사에 부적절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해당 언론사인 SBS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당초 법적대응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빠른 시일 내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취지로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 조정신청을 택한 것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언중위에 SBS의 관련 보도 10개에 대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조정신청서를 20일 제출했다. 조정 신청 주체가 9일 입장문을 낸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아닌 이유는 SK하이닉스가 피해 당사자로서 직접 나서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 SK하이닉스
SBS는 7~8일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K하이닉스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알케미스트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한 뒤 SK하이닉스에 더 높은 가격으로 재매각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취지다.

SBS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가까운 관계인 은진혁 전 인텔코리아 사장이 알케미스트 자문역으로 활동 중이며, SK 측이 알케미스트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 정황도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신청서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익명 제보자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반도체 사업 특성이나 사모펀드를 활용한 기업의 성장 전략 등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오인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뚜렷한 사실관계를 제시하지 않은 채 마치 최태원 회장이 알케미스트 실소유주로 알려진 은씨와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SK하이닉스와 알케미스트 간 거래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쳤다고 시청자들이 오인하게 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언중위 조정 신청에 앞서 SBS를 상대로 소송 등 법적대응까지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정보도 청구를 통해서도 사실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언중위 조정 신청을 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보도로 최고 경영진의 명예와 평판이 훼손돼 글로벌 경영 활동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SK가 법적 대응까지 고려했지만, 내부적으로 언중위의 판단부터 확인해보자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언중위 조정 신청 결과에 따라 법적대응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