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사진) 테라폼랩스 대표로 추정돼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인물이 권 대표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23일 "몬테네그로 인터폴에서 송부받은 지문자료를 경찰청 보유 자료와 대조해 현지에서 검거된 2명이 루나 사건 피의자 권모씨와 한 모 씨임을 최종 확인하였다"며 "서울남부지검과 몬테네그로 인터폴에 위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내무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각) 권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과 그의 측은 한 모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자에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 여권이 아닌 위조된 코스타리카, 벨기에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권 대표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권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테라(UST)와 루나(LUNA)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대표다. 테라와 루나는 지난해 72시간만에 가격이 폭락하며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5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다.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루나 시세 조종, 허위 정보 제공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대표를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가격이 폭락한 직후 지난해 4월 말 출국해 싱가포르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9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창업자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창업자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권 대표와 함께 체포된 한창준씨는 차이코퍼레이션의 창업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차이코퍼레이션의 전신인 지구전자결제를 설립, 이후 싱가포르에 차이코퍼레이션 법인을 세웠다. 지구전자결제는 지난 2019년 차이코퍼레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은 지난 2018년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연동된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테라 블록체인은 차이와 관련된 어떠한 거래도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 씨는 또한 테라폼랩스의 소속으로서도 활동하며 권 대표에 협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구전자결제 대표로 재직하던 지난 2018년 스테이블코인 ‘테라X’를 출시하려 했으며, 지난 2019년 테라폼랩스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한편 권 대표가 체포된 23일 미국 뉴욕 검찰 역시 지난 23일 권도형을 증권 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SEC도 지난달 권도형씨가 창업한 스테이블코인 테라 (UST)와 가상자산 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경찰청은 "이번 검거는 경찰과 검찰의 적극적인 협력과 인터폴 국제공조 채널을 십분 활용한 성과"라며 "향후 경찰청에서는 송환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