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2009년 1분기 이후 14년만에 삼성전자를 넘어선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원 미만으로 내다보는 관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LG전자는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 된다.

LG전자는 가전 사업에서 선제적인 재고 정리와 물류비가 급감한 덕에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LG전자 매출액은 삼성전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부진한 결과 영업이익이 역전된다. 시장의 침체가 결정적 요인인 셈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믿었던 반도체 부문이 1분기에만 4조원 안팎의 대규모 적자를 낼 것이란 우려로 최악의 경우 분기 영업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올투자증권은 21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삼성전자가 6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이 삼성전자의 1분기 적자를 예상한 근거는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1분기에만 4조12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업계의 재고일수가 6개월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출하량 증가율은 각각 15%, 10% 감소하고 평균 판매단가도 각각 21%, 23% 줄어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22년 4분기보다 82% 줄어든 700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조7000억원)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조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2022년 말 기준 반도체 재고가 29조원을 넘을 정도로 과도하다"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전대미문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전자가 터치만으로 냉장고 색상과 분위기를 바꾸는 '무드업 냉장고' 대용량 820리터대 신제품을 출시했다. 사진은 스튜디오에 대용량 820리터대 제품을 설치해 연출된 공간이다. / LG전자
LG전자가 터치만으로 냉장고 색상과 분위기를 바꾸는 '무드업 냉장고' 대용량 820리터대 신제품을 출시했다. 사진은 스튜디오에 대용량 820리터대 제품을 설치해 연출된 공간이다. / LG전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중 LG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여섯 곳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 평균치는 1조 2458억원이다. 2월까지만 해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3월 들어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LG전자의 밝은 실적 전망은 코로나19 이후 두배쯤 급등한 물류비가 최근 대폭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물류비 부담 완화가 전사에 연간 8000억~1조원, 분기 평균 2000억~2500억원의 이익 개선이 추정될 것으로 봤다.

24일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21년 말 6.4회에서 2022년 말 6.6회로 올랐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진다. 안 팔리는 재고가 줄었다는 뜻이다. 실제 LG전자의 재고 자산은 2022년 말 별도 기준 1조 5233억원으로, 2021년 말(1조 6490억원)보다 7.6% 감소했다.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전장 사업 부문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점도 LG전자의 이익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현재 LG전자 생활가전, 전장 부문 등의 가동률이 2022년 1분기 이후 1년 만에 100%를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대 이상의 실적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분기 평균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