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피 6개월여만에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현지 법정에 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5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현지 법원은 권도형 대표에게 구금기간 30일 연장을 결정했으나, 권 대표는 이에 대해 항소의 뜻을 밝혔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조선DB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조선DB
법원은 권 대표 등이 싱가포르에 거주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우려가 있고, 신원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위조된 여권으로 비행기를 타려다 체포되어, 공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권 대표의 변호인 측은 한국어 통역 미제공 문제로 판사 기피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영어를 이해할 수 있는 권 대표에 영어 통역을 제공해 법적 권리를 존중했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권 대표 측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정해진 기간 내에 항소할 것"이라 밝혔다.

권 대표의 체포와 구금은 다양한 외신에서 관심있게 다루고 있다. AFP통신은 권 대표의 체포소식을 전하며 "작년 3월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 수천명이 그의 회사에 투자하려고 하는 등 천재로 그려졌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가상자산이 다단계일 것이라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권 대표가 구금되자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그의 송환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미국 뉴욕 검찰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증권 사기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1년전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코인 시세를 조작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을 숨긴 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속여왔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또한 증권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범죄인 인도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검찰은 지난해 9월 권 대표를 인터폴에 수배 요청한 바 있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신병 인도가 어떻게 진행될 지 알 수 없어 현재로선 한국과 미국 어디로 송환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장본인으로 꼽히며 6개월여간 도피 행각을 이어왔다. 지난해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가격이 폭락한 직후 지난해 4월 말 출국해 싱가포르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9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테라폼랩스의 ‘테라’와 ‘루나’는 한때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주목받은 바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에 이은 가격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5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바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