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도래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조각투자 시장이다. 한우, 미술품, 고가의 수집품 등 그간 개별 투자가 어려웠던 여러 종류의 실물자산이 투자시장으로 편입돼 새로운 대체투자처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조각투자업체 역시 공식적인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됐다. 그동안에는 실물자산 관련, 소관부처를 통해 관리되거나 금융샌드박스에 지정돼 운영해왔다. 토큰증권이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되면 이들은 앞으로 그간 병행해오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고 각종 의무를 수행해야 할 전망이다.

조각투자 서비스, ‘토큰증권’으로 제도화 되다

증권형 토큰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 STO)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싱가포르, 미국 등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일부 국가들은 시장의 태동과 함께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을 토큰화하는 토큰화된 증권(Tokenized Security,TS)발행을 시작으로 성장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상황은 조금 달랐다. 토큰화된 증권은 기업의 주권과 비슷한 형태로, 국내에서는 자금조달의 목적으로 발행되는 ICO(Initial Coin Offering)와 유사하게 여겨졌다. ICO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국내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 국내 기업들 역시 기존 금융자산의 유동화 보다는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쪼개어 파는 ‘조각투자’ 시장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가장 먼저 제도권에 진입을 시도한 곳은 부동사 조각투자 플랫폼들이다.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카사코리아와 루센트블록, 펀블 등은 규제 특례하에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며 우상향곡선을 그리자 금융당국 역시 토큰증권을 본격적으로 제도화하고자 교통정리에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 음악 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가 발행한 토큰을 ‘투자계약증권’이라 결론내렸다. 이후 지난해 말 혁신금융서비스가 아닌 플랫폼들의 발행과 유통을 잠정 중단,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시장 정비가 시작됐다.

현재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 중 일부는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발행과 유통 분리를 위해 잠정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대다수 서비스들은 이미 유통 채널을 마련한 증권사등과 협력하는 등 새로운 운영 구조 마련에 나서고 있다.

어떤 조각투자 가장 유망할까? 기초자산 따라 전망 달라

토큰증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들이다. 감정평가를 거쳐 자산에 대해 공정하게 가치평가를 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도 일정 가격이 보장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은 카사와 소유, 펀블, 비브릭 등이다. 이들 중 카사와 소유, 펀블은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소유한 뒤, 이를 디지털로 수익증권화한 댑스(Digital Asset Backed Security)를 투자자에게 판매, 부동산 수익을 배분한다. 비브릭의 경우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레버리지 또한 가능하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바라볼 수 있지만,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자산인 미술품의 가치산정이 어렵고 유통량도 적다. 다만 미술품이라는 자산의 특성상 과세 측면에서 세금이 절감되고, 투자 수익률 또한 최대 30%를 바라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대표적으로 테사, 서울옥션블루,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등은 플랫폼이 미술품을 구매하고 고객이 이를 청약해 지분을 보유한다. 토큰을 보유하는 동안은 투자자는 미술품 대여를 통한 수익을 받을 수 있으며, 매각 후에는 매각금을 나눠갖는다.

음악저작권 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메인화면/뮤직카우
음악저작권 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메인화면/뮤직카우
뮤직카우와 같이 음악, IP(지식저작권) 같은 무형의 창작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플랫폼들은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비교적 높다는 평가다. K팝, 창작 음원 등은 자산에 대한 이해가 쉬워 투자 장벽이 낮고, 플랫폼내 투자자간 거래 또한 활발하다.

하지만 이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저작권을 가진 창작자와 저작권자, 음반기업 등 여러 이해관계자간의 조율 기능이 필요하고 무형자산의 적절한 가치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조각투자는 실물형, 펀드형에 따라 달라 수익과 안정성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해야 하며, 미술품과 음악저작권등은 플랫폼의 자산 소싱 능력이 중요할 것"이라며 "다만 투자계약증권은 아직 시장에 실증되지 않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