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에 대해 간단한 안내를 드린다"

애플의 공지사항도, 애플페이를 한국에 소개한 현대카드의 안내문도 아니다. 지난 2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급한 애플페이 이용과 관련한 소개글의 첫 문구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현대카드
그는 이날 포스팅에서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첫날인 21일 오전 발생한 비자 카드 결제 불가 오류에 관해, "비자 본사의 적극적인 작업으로 애플페이 등록 정체는 해소됐다"며 "준비를 했음에도 이런 병목현상이 발생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멕스 미지원에 관해서는, "아멕스는 아무리 늦어도 상반기 중 연동될 예정"이라며 "이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정태영 부회장은 애플페이 결제 방식인 비접촉 결제(Contactless),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홍보대사라도 된 듯 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함께 대표적인 기업인 인플루언서로 통하는 그는 예전부터 자신의 채널을 통해 업계는 물론, 개인적인 소식들을 전하곤 했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애플페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애플페이의 결제방식이다.

정 부회장은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는 NFC 단말기가 적어서 애플페이가 힘들다고 했지만 결국은 닭과 달걀의 문제일 뿐"이라며 "한번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감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NFC 단말기 보급 확대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가장 발달된 형태의 단말기인 NFC 단말기가 한국에 자생적으로 깔려 있었다면 여러 최신 페이가 편하게 국내에 정착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애플페이 등이 먼저 들어와서 수요를 만들고 값싼 공급을 만들고 다시 수요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중요한 점은 한국에 빠르고 편하고 위생적인 NFC 단말기가 보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너무 늦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많은 가맹점들이 단말기 확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며 "비접촉 NFC 단말기는 비단 애플페이뿐만 아니라 보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의 카드가 삽입되는 단말기에 비해 비접촉 단말기가 훨씬 더 위생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정태영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NFC 단말기 보급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 /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정태영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NFC 단말기 보급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 /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같은 날 그는 또 한 차례 게시물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애플페이가 NFC 단말기와 더불어 던진 또 하나의 화두는 EMV 승인방식.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언급하며 직접 EMV(Euro-Master-Visa) 결제승인 방식을 설명하는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EMV는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들이 연합해 만든 글로벌 비접촉 결제 표준으로 아직 국내에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개인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총 6건의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정작 현대카드가 낸 애플페이 관련 공식 보도자료는 1건뿐이다. 애플페이 홍보를 정 부회장 혼자 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다수의 보도자료를 내진 않았지만, 정태영 부회장이 여러 차례 공식 계정을 통해 애플페이 관련 사안들을 언급한 것도 홍보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이처럼 NFC 결제 홍보대사를 자처한 데는 애플과의 파트너 계약 조건 때문일 것으로 본다. 애플은 특유의 신비주의 전략으로 고(故)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 시절부터 애플 전직원을 비롯한 파트너사 직원에게 '비밀유지 계약'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이 애플페이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보다 결제방식인 NFC를 적극 옹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난해 8월 애플페이 국내 도입설이 처음 나올 당시 파트너 사로 현대카드가 지목됐을 때도 현대카드 측은 "애플과 계약된 사항이 없고 사실무근이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21일 애플페이 출시 행사 이후 정 부회장이 구체적인 카드 등록자 수를 언급한 것과 16년 전 아이폰을 가지고 온 것 등에 대해 애플 측이 불만을 제기했고, 이 때문에 현대카드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