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ICT 시장은 쳇GPT로 대변되는 AI 스타트업 인수전쟁,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있고 5G 이상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ICT시장은 KT 대표이사 선임 절차로 관치와 자율이라는 극도의 혼란 속에 있다. 이제는 ‘챗GPT에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된 듯 하다’는 농담도 있다.

2월 9일 대표이사 선임 재추진 의결, 2월 23일 구현모 대표의 차기 대표 후보군 사퇴결정, 3월 7일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 내정 이후, 주총을 8일 앞두고 3월 22일 윤경림 후보 이사회 간담회시 ‘사의’ 표명. KT 경영구조는 격량 속으로 빠져들었다.

‘매출 25조 거대기업이 멈춰섰다...KT 사상 초유의 ‘경영 블랙아웃’ 오나’ ‘KT 지배구조 격량 속으로. 최악의 경우 사내이사 경영 대리할 수도’ ‘KT 노조 및 소액주주들 당혹...참을 수 없는 분노, 정부·여권의 비판 못 피했나’ 등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한국의 IT 및 통신사업은 국영기업 KT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KT 독점시대에서 경쟁업체에 전액 지분 투자를 통해 1982년 데이콤(현재 LG U+)과 복점경쟁이 도입됐고, 1990년 중반 100%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이 SK텔레콤에 매각되면서 경쟁이 완성됐다. 이러한 KT는 국가기관 민영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2002년 뉴욕증시에 정부 지분을 상장함으로써 민영화가 진행됐다. 어느 정도 논란이 있지만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의 전방위적인 경쟁을 통해 기업의 운영 효율을 혁신한 결과, 인터넷 및 유선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동통신시장서도 유의미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성공도 좋지만, KT 태생은 국민이 만들고 국민이 함께한 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산업적 효율성 추구와 함께 국민을 위한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에서 차기 KT 대표이사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되어 선임되어야 한다.

먼저,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치루고 향후 경영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사회의 재편 등 KT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코드가 맞는 추가 이사 선임을 통해 정부와 소통한다며 경영권을 유지하던 관행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지난 3회의 거친 이사회 결정이 실패한 경험을 거울삼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국민적 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사회 각 구성원이 참여하여 일부의 의견이 아니라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이사회의 책임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

또한 대표이사 선임 절차의 투명화와 공정한 경쟁이 유도되어야 한다. 본사 약 2만명, 50여개의 계열사와 전체 5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근무하는 KT그룹이 정부와 여권의 과도한 개입 방지하기 위해서도 더욱 필요하다. 국민의 시선에서 국민이 키운 KT 자기들의 잔치라는 국민의 시선을 끝내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표이사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고 다음의 조건을 두루 갖춘 최고 경영인을 선임해야 한다.

첫째, 국민과 KT의 구성원을 위한 혁신을 실천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혁신이 추구하는 가치는 ‘더 좋게, 더 빨리, 더 싸게’일 것이다. 세계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대변되는 AI 기업들간 인수전쟁, 반도체 패권전쟁 등이 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내부를 혁신적으로 구조개혁하며 세계 ICT전쟁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전략가로서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AI 및 5G 등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IT 및 통신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KT가 산적해 있는 인수, 합병과 해외 진출, 6G 개발, 메타버스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정치 혹은 통신업계 주변 인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통신을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시기다.

셋째, 국민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충실히 실천할 수 있는 경영인이어야 한다.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를 회상해 보면 소위 공공 이익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기업의 수익만 추구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KT는 민영화가 됐지만, 여전히 관련법 상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의 역할을 준수해야 하는 사업자다. 즉, 국민 통신의 복지 향상은 물론 안전도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선임되는 대표이사는 이러한 고민을 충실히 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넷째, 어떤 전문 경영인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진하면서 자기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적당히 일 처리를 하는 '대리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대표이사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권 입맛이나 외풍으로 자리했던 대표이사들은 국민 자산을 함부로 매각하거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외부 인사를 고용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따라서 높은 도덕성과 외부 압력을 배제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인사여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명하면서 공정한 원칙을 통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등 새로운 지배구조는 왜곡된 여론에 휩쓸리거나 외풍에 좌우되지 않고 오로지 KT 설립의 근원적 목적인 국민의 정보통신 복지 향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5G서비스를 기반으로 6G시대도 앞서 나아가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혁신성, 전문성, 도덕성을 두루 갖춘 경영인을 선임해야 한다. 이를 통해 KT가 국민이 사랑하는 통신사업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통신사업자, 국민을 위한 혁신을 선도하는 통신사업자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황동현 한성대학교 교수(컴퓨터공학부) wellness03@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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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현 한성대학교 교수는 30년 이상 정보통신 업계에 몸담은 ICT 분야 전문가다. 황 교수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협의회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 SW·ICT 총연합회 공동의장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