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I) 그룹의 로드맵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4분기에는 ‘5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예정대로 준비되며, 2024년에는 새로운 아키텍처와 공정이 적용된 차세대 프로세서가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인텔 3 공정 기반의 최대 144코어 프로세서인 ‘시에라 포레스트’가 2024년에 선보인다.

인텔은 29일(미국 현지시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웨비나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AI 그룹의 현재 진행 상황과 향후 로드맵의 업데이트를 소개했다.

인텔은 이번 발표를 통해 코드명 ‘에메랄드 래피즈’가 공식적으로 5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로 2023년 4분기에 등장하며, 현재 대규모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4년에는 에피션트 코어 기반 제온 프로세서 ‘시에라 포레스트’, 퍼포먼스 코어 기반 제온 프로세서 ‘그래나이트 래피즈’가 인텔 3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하바나 가우디 3’ AI 가속기가 ‘테이프 인’ 단계에 들어갔으며, FPGA 또한 15개 신제품이 제품출시인증 단계를 통과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리사 스펠만 인텔 수석부사장 / 인텔
리사 스펠만 인텔 수석부사장 / 인텔
인텔의 최근 로드맵에서는 4년간 5개 공정 기술 전환이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빠른 변화가 눈에 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및 AI 그룹의 접근 가능한 시장 규모가 2022년의 약 400억달러(약 51조6400억원) 규모 수준에서 2027년에는 1100억달러(약 142조원) 규모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인텔이 소개한 수치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러한 확장을 이끄는 요인으로는 다양한 아키텍처 기반의 하드웨어가 함께 사용되는 ‘이종 컴퓨팅(Heterogeneous Computing)’의 확장, AI나 네트워킹, 보안, 기타 전략적 워크로드의 성장 등이 꼽혔다.

전체 시장 규모의 확대와 함께 x86 메인스트림 컴퓨트 시장 또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2024년부터는 다시금 본격적인 성장 추세가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에서 흥미로운 점으로는 ‘코어 수’의 증가가 매출 성장과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및 AI 그룹이 범용 컴퓨팅 환경을 위한 제온 프로세서 뿐 아니라 GPU, 가속기, 네트워킹 솔루션 등의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폭넓은 포트폴리오는 접근 가능한 시장 규모와 기회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센터의 다양한 워크로드 성격에 따라 프로세서 또한 ‘성능’과 ‘효율’에서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인텔은 이에 대해 ‘성능’ 최적화로는 기존의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사용하는 ‘퍼포먼스 코어’ 중심 구성을, ‘효율’ 최적화로는 새로운 ‘에피션트 코어’ 중심 구성을 제시했다.

이 중 퍼포먼스 코어 중심 구성은 높은 코어당 성능과 내장 가속 기능을 통한 처리량 극대화가 장점이다. 반면 에피션트 코어 중심 구성은 코어당 성능은 낮지만 면적당 성능 효율이 높고, 멀티스레드에 최적화된 환경과 함께 하면 효율적으로 큰 처리량을 달성할 수 있다.

차세대 ‘에메랄드 래피즈’가 공식적으로 ‘5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로 명명되었다. /인텔
차세대 ‘에메랄드 래피즈’가 공식적으로 ‘5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로 명명되었다. /인텔
인텔은 올해 1월 공식 출시한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모든 주요 OEM 및 ODM이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탑재 시스템을 출하 중이며, 주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을 서비스 환경에 활용하고 있다. 인텔은 AMX(Advanced Matrix Extensions) 기술을 활용한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이 경쟁 제품인 AMD 에픽(EPYC) 프로세서 대비 딥러닝 워크로드에서 4배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의 차기 제품으로는 코드명 ‘에메랄드 래피즈(Emerald Rapids)’로 알려진 5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2023년 4분기에 등장할 예정이다.

인텔은 현재 ‘에메랄드 래피즈’의 대규모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들에 이 제품의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현재 개발 진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이전에 공개했던 일정 범위 중 비교적 빠른 기간대로 로드맵을 확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5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로 선보일 ‘에메랄드 래피즈’는 기존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기존 시스템 제조 업체들은 현재의 시스템 디자인 구성에서 프로세서 변경만으로 새로운 세대에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 또한 기존의 ‘인텔 7’을 사용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마이크로아키텍처 적용 등으로 비슷한 소비전력 수준에서 와트당 성능 개선이 기대된다.

한편, 인텔이 공개한 에메랄드 래피즈 프로세서의 제품 사진에는 이전 세대의 XCC 패키징이 4개 다이를 사용한 것과 달리 2개의 대형 다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제품 전반의 코어 수 구성 변화도 기대된다.

인텔 3 공정 기반 ‘시에라 포레스트’의 웨이퍼가 선보였다. /인텔
인텔 3 공정 기반 ‘시에라 포레스트’의 웨이퍼가 선보였다. /인텔
인텔은 현재 ‘6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코드명 ‘그래나이트 래피즈(Granite Rapids)’는 2024년부터 고객에 인도 가능한 일정으로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세서는 차세대 ‘인텔 3’ 공정으로 준비되며, 퍼포먼스 코어 기반의 전통적 디자인을 갖춘다. 또한 새로운 플랫폼에서는 더 높은 코어 밀도, 메모리와 입출력(I/O) 측면의 주요 혁신이 반영될 것이라 소개했다. 현재 일부 고객들에 이 제품의 샘플이 전달됐으며, 고객들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그래나이트 래피즈’ 기반 플랫폼에서도 DDR5 메모리가 사용될 예정이지만, DDR5 기반 멀티플렉서 복합 랭크(MCR) DIMM이 지원되어 더 높은 메모리 성능을 구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MCR DIMM은 하나의 모듈에서 두 개 랭크를 동시에 활용하는 형태로 구현되어, 기준 사이클당 전송량을 80%까지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가 지난 12월 ‘DDR5 MCR DIMM’의 샘플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은 이번 발표에서 그래나이트 래피즈 기반 시스템에서 8800MT/s DDR5 MCR DIMM의 활용을 시연했다.

인텔의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 중 ‘에피션트 코어’를 사용한 고집적 ‘매니 코어’ 프로세서도 2024년 생산 일정에 맞춰 준비된다.

코드명 ‘시에라 포레스트(Sierral Forest)’는 에피션트 코어를 사용한 첫 제온 프로세서 제품군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인텔 3’ 공정 기반으로 최대 소켓당 144개 코어를 내장할 계획이다. 인텔은 이 ‘시에라 포레스트’가 현재 첫 번째 샘플이 공개되고, 생산된 실리콘이 다중 운영 체제의 구동까지 18시간 이내에 완료되는 등 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이 ‘시에라 포레스트’ 프로세서가 높은 코어 수를 갖춰, 멀티스레드 환경 집약적인 ‘클라우드 최적화 워크로드’ 등에 효과적일 것으로 소개했다. 단일 코어 성능보다는 코어 수가 중요한 클라우드 워크로드 등에서 Arm 코어 기반의 매니코어 프로세서들과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까지 인텔 데이터센터 및 AI 그룹 주요 제품군 로드맵 / 인텔
2025년까지 인텔 데이터센터 및 AI 그룹 주요 제품군 로드맵 / 인텔
한편, 인텔은 향후 제온 프로세서의 로드맵에서 일반 소비자용 제품과 데이터센터용 제품의 제조 공정을 다르게 가져갈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는 일반 소비자용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데이터센터용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같은 ‘인텔 7’ 공정을 사용하지만, 이후에는 약간의 ‘차별화’가 적용된다. 일반 소비자용 차세대 제품 ‘메테오 레이크(Meteor Lake)’는 ‘인텔 4’를 기반으로 하지만 데이터센터용 ‘그래나이트 래피즈’와 ‘시에라 포레스트’는 ‘인텔 3’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인텔은 ‘시에라 포레스트’ 이후의 ‘에피션트 코어’ 기반 제온 프로세서 차기작으로 ‘클리어워터 포레스트(Clearwater Forest)’를 소개했다. 이 프로세서는 2025년 생산 예정이다. 예정된 적용 공정은 ‘인텔 18A’다. 이 때도 일반 사용자용 제품에는 ‘인텔 20A’, 데이터센터용 제품에는 ‘인텔 18A’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로드맵을 통해 인텔은 4년 내 5개 공정의 적용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재 인텔의 데이터센터 및 AI 그룹은 프로세서 이외에도 GPU, AI 가속기, FPGA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 중 GPU 포트폴리오의 경우 최근 일부 출시 예정 제품의 개발을 취소하면서 신제품 주기를 ‘2년’으로 조정했다. 차기작은 ‘XPU’ 컨셉으로 준비된 ‘팔콘 쇼어(Falcon Shores)’가 예정되어 있다. AI 가속기 포트폴리오에서는 현재의 ‘하바나 가우디 2’의 후속인 ‘하바나 가우디 3’가 테이프 인 단계에 들어섰고, FPGA에서는 올해 15개의 신제품이 제품출시인증 통과를 예정하고 있다.

AI 가속기 또한 향후 시장 전망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현재 AI 워크로드를 위한 실리콘 수요에서 60% 정도는 범용 프로세서가, 40% 정도가 GPU나 전용 가속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텔은 이 중 전용 가속기 시장에서도 ‘가우디 2’가 주요 컴퓨터 비전 워크로드에서 엔비디아 A100 대비 1.8배 높은 와트당 처리량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깅페이스(Hugging Face)가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가우디 2’ 기반 인프라에서 1760억개 매개변수를 가진 블룸(BLOOMZ) 모델을 활성화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