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빠르게 바뀌어 가는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가장 보수적이라는 금융권의 IT 접근법 또한 바뀌고 있다. KB 국민은행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도입한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변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VM웨어(VMware)는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VM웨어 익스플로어 코리아’ 행사를 열고, 최신 멀티 클라우드 기술 동향과 고객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VM웨어와 파트너들의 멀티 클라우드 기술 발표 뿐 아니라, 고객사들의 경험을 소개하는 세션들도 다수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서 KB 국민은행은 ‘탄주 랩(Tanzu Labs)과 함께 한 KB 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의 애자일 조직으로 전환 여정’ 세션을 통해 애자일(Agile) 방법론의 도입에 대한 경험과 통찰을 공유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진수 KB 자본시장플랫폼부 차장은 이 자리에서 "실제 애자일 방법론 적용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소개하며, "변화의 핵심은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체계의 도입에 있어서 외부 전문가들에 ‘멘토’를 받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수 KB 자본시장플랫폼부 차장 / 권용만 기자
김진수 KB 자본시장플랫폼부 차장 / 권용만 기자
변화에 신속한 대응 위한 결정 ‘자체 플랫폼 구축’

김진수 KB 자본시장플랫폼부 차장은 이번 VM웨어 익스플로어 코리아 행사에서 애자일 개발 방법론의 적용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진수 차장은 먼저 "실제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하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익숙한 ‘워터폴’ 방법론은 사실 1970년에 대규모 소프트웨어 방법론 논문에서 등장했는데, 논문에서부터 문제가 있고 위험한 방법론으로 언급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끝나지 않는 반복’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애플리케이션의 요구사항 분석과 디자인 설계를 가지고 개발을 시작하는데, 이후에 요구사항과 설계가 변경될 때 이를 고치고 개발, 테스트하는 반복 작업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테스트’ 단계에서의 변경은 지금까지 사용한 모든 시간과 비용을 재지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애자일 방법론은 이러한 지속적인 변경을 염두에 둔 방법론이다. 김 차장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애자일 방법론의 ‘선입견’으로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혁신’, ‘빠르다’ 등 세 가지를 꼽았다. 20여년 전 처음 등장한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에서는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 포괄적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더 가치있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자일 방법론 선택 이유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꼽혔다 / 권용만 기자
애자일 방법론 선택 이유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꼽혔다 / 권용만 기자
KB 국민은행의 ‘프론티어’ 플랫폼은 자본시장의 딜러들이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KB 또한 기존에는 외산 패키지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외산 패키지를 도입하는 경우, 비용 문제만 해결하면 패키지 차원에서 모든 요구사항을 글로벌 표준에 맞춰 구현 가능하다는 ‘편리함’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모든 시장 변화 대응을 외산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의지해야 하는 만큼,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내부적으로도 주니어 인력들의 등장과 업무 환경 변화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애자일 방법론으로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몇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요구 분석과 방향 설정’으로, 기존 서비스와 사용자의 불편한 부분을 분석하고, 참여하는 사람들간 도메인과 시스템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 서비스의 구성과 사용자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또한 이벤트 단계에서의 종속성 확인과 문제점 및 개선 사항들을 나열하고 기술적으로 깊이 탐구하며, 도메인 단위로 비즈니스를 분할한다.

개발 팀의 분석 결과와 실제 사용자의 요구사항이 일치하는지, 팀이 정의한 가설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KB 국민은행은 이 과정에서 66명을 대상으로 리서치, 13명을 대상으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플랫폼에서 구현할 기능들을 검토하고, 팀원들과 협의해 기능의 우선순위를 사분면에 배열한 뒤, 사용자의 여정에 따라 스토리를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했다고 소개했다.

애자일 방법론에서 ‘오너십’은 전체 조직이 공유한다 / 권용만 기자
애자일 방법론에서 ‘오너십’은 전체 조직이 공유한다 / 권용만 기자
애자일 방법론 도입, 핵심은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변화

김 차장은 애자일 방법론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점으로 ‘긴밀한 협업’을 꼽았다. 특히 제품 매니저와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다양한 툴을 사용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고, 주요 의사결정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 멤버들의 ‘오너십’ 공유도 중요한 점으로 꼽혔다. 김 차장은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매니저와 엔지니어, 디자이너가 모두 이 오너십을 공유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멤버가 ‘오너’의 입장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로젝트의 진행에 있어, 피보탈 트랙커(Pivotal Tracker) 등의 적절한 관리 툴은 프로젝트 진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툴’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는 ‘일상’의 형태를 애자일에 적합한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성과, 과제 등을 팀원들과 적절히 공유하고, 향후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 국민은행은 애자일 방법론을 통한 플랫폼 구축을 위해, 개발팀 내에서 몇 가지의 ‘일상’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먼저, 매일 아침에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짧은 미팅을 통해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들을 공유했다. 매주 화요일에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주도하는 모임에서 한 주의 스토리를 설명하며, 스토리를 명확히 하고 제품 연속성을 확인한다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매니저는 한 주간 어떤 것들을 개발할지 설명하고, 엔지니어들이 이 기능들에 난이도를 측정하고 개발을 수락할지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매니저가 스토리를 작성하고 백로그를 관리하며,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고, 엔지니어는 개발을 하는 일상의 반복적인 개발 일과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한 공간에서 작업하고,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협업이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의 끝에는 매주 금요일에 ‘회고’를 위한 회의를 하는데, 팀원 전체가 모여 이슈를 공유하고 개선을 강구하며, 성과를 확인한다. 김 차장은 특히 이 과정이 애자일 프로세스에서 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자일 방법론은 사람과 문화, 시스템 모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 권용만 기자
애자일 방법론은 사람과 문화, 시스템 모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 권용만 기자
김 차장은 이 자리에서 애자일의 중요한 특징으로 ‘순서’를 꼽았다. 기존의 개발 방식은 ‘디자인’ 이후 ‘개발’을 시작했지만, 애자일 방법론에서는 사용자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부터 시작해 디자인을 나중에 붙인다는 것이다.

또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며, 이런 변화를 처음 시도하는 경우에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 외부의 도움은 단순한 해결책 제시를 넘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애자일 방법론은 더이상 스타트업 등 소규모 조직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미 구글이나 넷플릭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 유명한 거대 IT 회사들이 애자일 방법론의 성공 사례를 만든 바 있다는 것이다. 특히, 큰 프로젝트도 작은 일을 하는 많은 작은 팀의 협동으로 구현된다고 강조했다.

애자일 방법론의 ‘혁신’ 또한, 기존의 통념과 관습을 바꿔야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애자일 방법론에서는 기존의 워터폴 방식과 달리, 관리자와 팀이 ‘함께’ 일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 조직은 명령보다 의사소통, 협업과 합의가 용이한 수평적 구성이 필요하며, 데이터 중심보다는 이벤트, 도메인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 관리자는 제품의 큰 그림과 가치 제시, 팀의 민첩한 대응을 위한 협의가 중요한 역할이라 덧붙였다.

애자일 방법론의 ‘빠르다’ 또한 시스템을 민첩하고 빠르게 만들기 위한 고민이 단순한 ‘속도’의 개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애자일 방법론에서는 사용자의 ‘경험’을 우선시하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우선이며, 이를 구현하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앱 현대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매주 객관적으로 팀의 성과를 측정하고 계획해야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하며, 팀의 성과를 측정하고 시각화하는 방법도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차장은 "애자일 방법론에서는 ‘문화와 사람, 시스템이 모두 상호 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툴과 방법론은 거들 뿐이며, 중요한 것은 ‘가치와 실천’을 통해 문화를 지속하고 확장해 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워터폴 방식과 비교할 때, 애자일 방법론의 성공률은 워터폴보다 3배 높고, 실패는 2배 낮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으며, 특히 프로젝트 사이즈가 클 수록 전반적인 성공률은 낮아지지만 여전히 애자일의 성공률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