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구인구직 시장은 정규직과 중장기 알바(계약직)로 구분된다. 이 중 단기 알바를 포함한 비정규직 비중은 37.5%로 약 815만6000명이다. 문제는 이들이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단기 알바라는 명목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서다. 이 경우 수당뿐 아니라 최저시급도 떼먹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단기 근로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만명쯤 증가했다.

신현식 대표와 공동창업자 3명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2014년 12월 부산에서 니더를 설립하고 아르바이트 매칭 플랫폼 ‘급구’를 개발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투명성을 확보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신현식 니더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니더
신현식 니더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니더
뉴스로 접한 사회문제 해결하겠다

신현식 대표는 부산경제진흥원에서 창업을 준비하던 중 자영업자가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역대 최고 폐업률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대학생이 알바를 하느라 정작 스펙을 쌓거나 여가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기사도 봤다.

이에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았다. 자영업자가 필요할 때만 인력을 채용하고 구직자도 원할 때만 짧게 일할 수 있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다만 가설만으로는 부족했다. 근로자의 권리 보호도 필요했다. 단기 구인구직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했다. 단기 근로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근로계약서를 잘 쓰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법정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았다.

실제 2021년 기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321만5000명에 달한다. 이는 2021년 전체 임금 근로자의 15.3%에 달한다. 니더는 자영업자의 인건비 절감과 근로자 권익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했다.

신현식 대표는 "알바몬, 알바천국 같은 플랫폼에서 단기 알바 구인글 조회수가 다른 구인글보다 높은 걸 보면서 구직자 관심도도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렇게 단기 구인구직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주휴수당 같은 각종 법정수당이나 근로자 권익, 최저시급 같은 문제도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부산시청 이사 도우며 사업 가설 검증

신 대표와 공동창업자들은 2014년 12월 법인을 설립한 직후 바로 사업 가설을 검증할 기회를 얻었다. 부산시청 이사를 위한 인력 10명을 열흘 동안 제공해 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다.

이들은 기존 구인구직 플랫폼을 이용해 인력을 구했다. 보유한 인력풀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그렇게 단기 근로자를 모집해 제공하면서 단기 구인구직 서비스의 필요성을 확신했다.

니더의 아르바이트 매칭 플랫폼 급구는 2015년 4월 구직자용 버전으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급구는 2017년 7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 대표와 공동창업자들은 급구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급구에 여러 기능을 추가했다.

급구는 구인구직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지만 근로계약서, 근태관리, 송금 기능까지 내재화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출퇴근하는 것과 임금 지급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 전환했다. 채용이 확정되면 고용주와 근로자는 채팅방을 통해 대화할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시간에 출근을 못하거나 할 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신현식 대표는 "단기 알바나 비정규직은 근로계약서를 잘 작성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온라인으로 고용주와 근로자를 매칭하면서 근로계약서를 편리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금 계산도 누가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설정한 시급에 출퇴근 기록을 기반으로 근로시간을 측정해 자동으로 계산한다"며 "아직 낙후된 채용시장에 보다 체계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문제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혹한기에도 70억 규모 투자 유치

니더는 급구를 통해 단기 알바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했다. 급구의 지난해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년 대비 2배쯤 성장했다. 구인글 등록수는 360%, 구인글 등록업체는 608% 증가했다. 급구 월별 내부 거래액(급여)은 30억~37억원을 오간다.

니더는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7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혹한기에도 투자 유치를 성공했다. 지난해는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미중 무역분쟁,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경기침체 상황이 이어지며 투자시장이 위축된 ‘투자 혹한기’였다.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코나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원티드랩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 BNK벤처투자, K브릿지벤처스가 추가 투자했다.

신현식 대표는 이제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급구 플러스’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매칭 서비스다. 급구는 현재 구직자의 알바 경력 등을 모아둔 인력풀을 활용한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급구 플러스는 공고 등록부터 인재검색, 채용, 근로계약 체결, 근태관리, 급여지급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그는 "비정규직 시장을 디지털 전환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오프라인 인력사무소나 파견업체를 주로 이용하는 분까지 급구를 통해 근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명성을 강화하면 채용의 마무리 단계까지 문제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