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가 플래그십 칩셋으로의 화려한 컴백을 앞뒀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4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2400’을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함께 병용 탑재할 전망이다.

이는 갤럭시S24의 하드웨어 성능 개선을 통한 AP의 원가절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엑시노스는 갤럭시S22 탑재 당시 성능 및 발열 이슈를 지적받았고, 결국 갤럭시S23에서 배제됐다.

AP는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하나의 칩셋이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5G 통신칩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에서 12GB 램을 장착했지만, 갤럭시S21부터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8GB 램을 탑재했다. 갤럭시S23 시리즈에서도 최고급 모델인 S23울트라만 12GB 램을 내장하고 있다.

갤럭시S24에서는 기본 모델에 12GB 램을, S24울트라에는 16GB 램 채용이 확실시 되고 있다. 내장 메모리도 S24부터는 256GB를 기본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 부품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원가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꺼내든 전략이 AP 병용 탑재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2월 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 국내 출고 가격을 전작 보다 평균 15만원쯤 올렸다. 카메라 등 일부 성능 개선이 있었지만, 스냅드래곤8 2세대 모델을 단독 탑재한 여파가 절대적이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2년 AP 매입 비용으로만 9조 3138억원을 지출했다. 2021년 AP 매입 비용(6조 2116억원)보다 49.9% 증가했는데, AP 가격이 1년 만에 77% 오른 탓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AP 매입 비용 증가는 원자재값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플래그십 모델에서 엑시노스 부재에 따른 AP 협상력 약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램 용량을 늘리는 동시에 갤럭시S24 출고가 인상폭을 최소화 하려면 AP 병용 탑재로 매입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신 칩셋인 엑시노스2400의 완성도도 기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4나노 파운드리 공정 수율 안정화로 회사 내외부에서 엑시노스2400 성능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주 방향을 언급할 수 없지만,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엑시노스가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될 경우 삼성전자의 AP 시장 점유율 상승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8%(출하량 기준)의 점유율로 5위에 그쳤다. 1위는 31%인 애플로 지난해 3분기 15%에서 두배 이상 뛰었다. 대만 미디어텍(28%)과 미국 퀄컴(21%), 유니SOC(9%)가 뒤를 이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