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최초로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를 국산화한 ‘엔블로’가 정식 출시되면서 당뇨약 시장에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 계열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특허 만료로 제네릭(복제약) 후발주자들의 공세 역시 이달부터 보험급여 힘을 받으며 거세질 것으로 보여 어떤 기업이 시장 패권을 장악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최초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당뇨병 치료제 신약 ‘엔블로정’. / 대웅제약
국내 최초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당뇨병 치료제 신약 ‘엔블로정’. / 대웅제약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이 이달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된 상태로 정식 출시됐다. 엔블로정은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로 기존 계열 성분 약물 대비 30분의 1 이하 용량인 0.3㎎만으로 동등한 약효를 입증한 36번째 국산 신약이다.

엔블로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단독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메트포르민·제미글립틴 병용요법 등으로 허가를 받았다.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는 혈당강하 효과뿐 아니라 심혈관, 신장 질환 이점부터 체중 감량, 혈압 강하 효과도 있어 글로벌에서 차대세 치료제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웅제약은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는 SGLT-2 억제제 계열에 주목했고,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들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거나 인슐린 분해를 막았다면 SGLT-2 억제제는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설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다른 약제와 병용 시 효과적이다.

대규모 장기연구를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성이나 사망률을 낮추는 심혈관 개선 효과를 입증하였으며, 추가로 심부전 입원 감소, 신장 보호 효과까지 입증해 당뇨, 대사질환, 심부전, 신부전을 통합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가치를 더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러한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의 차별화된 강점과 시장성을 토대로 자체 개발한 국산 당뇨병 치료제를 출시해 국내 당뇨병 시장은 물론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통한 계열 내 최고 품목(Best-in-class)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엔블로정은 국내 건강보험 약제급여를 적용받아 처방 부담도 줄였다. 보험급여 상한약가는 611원이다.

LG화학은 포시가 특허만료에 맞춰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와 다파글리플로진을 조합한 복합제 ‘제미다파정’을 선보였다. 지난달 초 비급여 출시한 제미다파는 LG화학이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개발한 복합제로 혈당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메트포르민 및 SGLT-2억제제 복용 환자에게 제미글로 추가 처방 시 활용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의 글로벌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특허만료되면서 여러 국내사들이 제네릭을 쏟아내고 있다. / 아스트라제네카
아스트라제네카 의 글로벌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특허만료되면서 여러 국내사들이 제네릭을 쏟아내고 있다. / 아스트라제네카
지난해 제미글로 매출은 1330억원으로, LG화학은 1조원 규모의 국내 당뇨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제미다파정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제미다파정 역시 이달부터 급여에 등재돼 1정당 940원 가격으로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동아에스티는 특허전략을 통해 포시가의 프로드럭(그 자체는 약효가 없지만 몸 안에서 대사돼 구조가 변하면 효과가 나타나는 약물)인 ‘디파프로’를 지난해 12월 후발약으로 최초 출시해 이달에 포시가 제네릭 등 6개를 급여 등록시켰다.

6월부터는 자사 개발 신약 슈가논과 다파글리플로진이 결합한 ‘슈가다파정’을 급여 출시할 전망이다. 동아에스티가 선보인 포시가 성분인 다파글리플로진 제품군만 총 9개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폭넓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종근당은 이달 보험급여가 적용된 다파글리플로진·시타글립틴 복합제 ‘엑시글루에스’와 기존 품목인 듀비메트(성분명 로베글리타존·메트포르민)에 시타글립틴을 더한 당뇨병 치료제 ‘듀비메트에스서방정’을 출격 준비 중이다.

특히 시타글립틴의 경우 올해 9월 특허가 만료됨에도 종근당은 오리지널 특허권을 갖고 있는 MSD(미국 머크)와 협의해 특허 만료 전 출시를 노리고 있다. 엑시글루에스의 조기 출시가 성공하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빠르게 시타글립틴이 포함된 듀비메트에스까지 시장에 공개할 수 있어 타사와 차별된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GC녹십자는 지난달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당뇨약 ‘네오다파정’과 ‘폴민다파서방정’을 출시했으며, 비보존제약 역시 동일계열의 당뇨약 ‘다파로진정’과 메트포로민 복합제인 ‘다파로진듀오서방정’을 공개했다.

다만 다파글리플로진 섭취에는 유의가 따른다. 최근 식약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당뇨병 치료제 다파글리플로진 함유 제제에 대한 안전성 정보 검토 결과를 토대로 투석 중인 환자에게 투여하지 말라는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신설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 1조에 육박하는 만큼 많은 기업이 시장 석권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며 "대웅제약이 신약을 내놓은 만큼 시장 반응은 오리지널 의약품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존 전통제약사들의 고유 유통라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치열한 영업전이 펼쳐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