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시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적용이 활발한 가운데 구직자와 기업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채용 플랫폼 업계는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대다수 기업은 AI를 활용한 자소서, 면접 적용에 회의적 입장을 보인다. 인재를 구분하는 변별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관련 이미지. / 픽사베이
인공지능 관련 이미지. / 픽사베이
AI 평가 도구 활용 두고 ‘글쎄’

AI 활용한 채용 방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업무 문화가 정착되면서 빠르게 도입됐다. 당시 주요 기업은 공개채용과 함께 수시채용 방식을 진행해 AI와 화상면접 등 비대면 채용 도구를 적극 활용해 인재를 선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꺾이면서 비대면 채용 도구 활용에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기업이 상당수다. 자기소개서로 변별력을 따지기 어려워진데다가 지원자 개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개발직군의 경우 자소서보다는 별도 코딩 테스트가 중요한데 AI 도움을 받아도 무용지물이다.

한 대기업 채용 관계자는 "AI를 통해 자소서를 쓰는게 구직자들에게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며 "본인을 잘 나타낼 수 있어야 하는데 생성형AI는 다른 지원자와 유사해질 수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이 AI를 검사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두고는 "신뢰성 등 문제가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인재인지 다각도 측면에서 파악이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자소서를 검증하기 어렵다"면서 "채용에서는 자소서보다 면접이 더 중요한 관문이다"라고 말했다. AI 면접에 대해선 "사람이 직접 봐도 이 사람이 괜찮은지 판단이 어려운데 AI로 판별한다고 나아질 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챗GPT 기반 자소서 작성이 늘면서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는 생성형 AI가 작성한 자소서·면접 답변을 걸러내는 프로그램 도입이 논의된다.

챗GPT 활용,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을까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챗GPT를 활용한 채용 분위기는 장기적으로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 봤다. 다만 챗GPT를 채용에 활용할 때 공정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AI가 구직자의 합격 여부까지 결정하는 주도권을 가져갈 경우 그 근거에 대한 공정성 여부가 주요 논쟁 요소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바른AI연구센터장)는 "면접자 입장에서는 공정해야 하고 회사 입장에선 원하는 사람을 뽑아야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이 클 것이다"라며 "AI가 면접 절차까지 관여해 지원자 당락을 결정하면 기준이 무엇이냐를 놓고는 아직까지 AI기술상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이어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주관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과 비교해 AI 평가를 적용하면 감정이 배제돼 좀더 공정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면서 "그러나 진짜 공정하냐라는 질문에 대해선 다시 고민해야한다. AI는 그날의 면접자 표정과 움직임, 단어 선택 등으로 평가를 하는데, 이것만으론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지까지 구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인크루트 자소서 작성 관련 화면. / 인크루트
인크루트 자소서 작성 관련 화면. / 인크루트
채용 플랫폼 "업무 효율 높이는 보조수단으로 주목"

채용 플랫폼 업계는 챗GPT 기반 자소서, 면접 서비스 이용이 구직자와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보조적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올해 초를 기점으로 주요 채용 플랫폼은 취준생을 겨냥한 챗GPT 기반 자소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인크루트는 챗GPT 기반 자기소개서 연습 서비스 '잘쓸랩'을 정식 출시했다. 사람인도 자소서와 면접 모두에 챗GPT를 적용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잡코리아는 기업 회원을 대상으로 챗GPT 서비스인 '자기소개서 AI 분석' 서비스를 선보였다. 원티드랩도 면접 코치 기능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AI 면접코칭 서비스'를 도입했다. 잡플래닛의 경우 기존 자사가 보유한 면접 데이터에 챗GPT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면접 가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사람인 자소서 코칭 관련 화면 갈무리. / 사람인
사람인 자소서 코칭 관련 화면 갈무리. / 사람인
채용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과도기 단계로 챗GPT 활용한 자소서, 면접 서비스는 보조적인 개념에서 업무 효율을 높여줄 것이다"라며 "코로나19때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도입이 예상보다 빨라 졌듯이 수요가 늘면 관련 수요가 조만간 확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도 자소서는 기본 역할을 했고, 면접때 자소서를 통해 더 면밀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했다"면서 "일종의 길잡이 역할로서 챗GPT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변별력 부분과 관련해 "지원자 특징이 획일적이지 않고, 가진 스펙이 거의 일치하지 않는 이상 변별력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각자의 개성이 다른 데이터를 토대로 자소서가 다른 예문을 뽑아주기 때문이다. 면접관들 역시 AI 자소서를 볼때 키워드가 잘 잡혀있어 필터링하기 더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