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에서는 작품을 창작하고 세상에 선보이는 예술가들만큼이나 그들의 작품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이들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후원자들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들이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시대가 흐르면서 후원자의 형태와 역할은 변화를 겪게 되었으나, 이들이 예술금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예술의 후원자들의 변화와 이에 따라 예술금융이 어떻게 대두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유럽의 중세에서 르네상스, 그리고 근대 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후원자들의 역할은 작품과 예술가들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8세기에 샤를마뉴(Charlemagne) 대제가 아헨 대성당 건축을 위한 투자와 노력으로 자신의 위엄을 드러낸 것은 후원의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아헨대성당 / 출처: 위키피디아
아헨대성당 / 출처: 위키피디아
고딕 양식이 번창하는 데에는 생 드니 수도원장이었던 쉬제르(Sugar)의 예술 및 건축에 대한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왕, 성직자, 그리고 귀족들은 중세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발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참여는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19세기 도래와 함께 전 세계 금융 판도는 큰 변화를 겪었다. 교회가 다수의 세력으로 분열되면서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후원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몇몇 왕족이나 귀족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예술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금융 중개업의 발전으로 미술품 딜러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기존의 교회나 왕족, 귀족들이 주로 하던 예술가들의 후원자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Theodore Duret와 Ambroise Vollard 같은 유명 딜러들은 이러한 변화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발전한 미술품 딜러에 의한 예술가 후원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규모가 확대되고 조직화되어, 미술품 딜러와 개인이나 기업 후원자들이 우수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

현대에 와서는 수많은 갤러리 소유자들이 예술가들의 후원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종종 자신들이 후원하는 예술가의 작품을 유통함으로써, 르네상스나 근대 시대에 비해 더 복잡하지만 흥미진진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단순히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창조부터 성공적인 판매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경매와 같은 재거래 시장이 점점 성장하면서 미술품의 금융적 가치가 예술 시장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예술품의 금융적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예술품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가치를 가진 ‘기호재’에서 시장 거래를 통해 객관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발전했다. 이로 인해 아트 펀드가 탄생하고, 예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으며, 분산투자의 도구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물론 이전부터 예술품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활용됐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그들의 창작물을 식료품이나 집세로 대체해 제공하는 것은 작품 거래 시장이 형성되기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이것은 결국 예술품을 금전적 가치를 가진 상품으로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였다. 이런 기본적인 형태의 자금 조달 방식은 예술금융이 발전함에 따라 예술가의 후원자이자 수집가들이 그들의 수집품을 담보로 삼아 자금을 조달하는 담보대출 형태로 전환됐다.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은행들이 예술품을 담보로 한 대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예술 시장의 변동성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현재의 미술품 담보 대출 프로그램은 이전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대출 구조가 잘 정립되어 있다. 그 이유는 많은 은행들이 1980년대의 호황기와 1990년대의 경기 침체를 직접 겪으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예술금융의 시작과 발전과정을 알아봤다. 다음 칼럼에서는 1980년대의 호황기와 1990년대의 경기침체가 당시 예술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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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류지예 팀장은 아트파이낸스그룹 데이터분석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메타버스금융랩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주 연구주제는 미술시장, 예술품 거래데이터분석이며 메타버스, NFT등 예술산업 관련 신기술 또한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금융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rjy1524@artfinancegro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