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5세대(5G) 이동통신 속도를 거짓 홍보한 이통3사에 336억원 과징금 조치를 내렸다. 5G 상용화 초기 이론상 속도를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속도인 것처럼 국민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도 이통사와 유사한 형태의 광고를 집행했다. 이통3사의 기만 광고 혐의는 제조사도 피해가기 어렵다.

공정위는 일단 시민단체가 이통사를 신고한 것이어서 조사의 범위를 이통사에 국한했다고 밝혔는데, 한 소비자단체가 같은 내용으로 제조사의 잘못을 고발한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갤럭시 S10 5G’(왼쪽)와 LG전자 ‘V50 ThinQ 5G’ 모델/ 각 사 홈페이지
삼성전자 ‘갤럭시 S10 5G’(왼쪽)와 LG전자 ‘V50 ThinQ 5G’ 모델/ 각 사 홈페이지
25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IT조선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5G 스마트폰 제조사도 5G 속도 관련 거짓 광고로 소비자 피해를 일으켰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동통신사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먼저 신고했지만 제조사 관련 신고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4일 5G 상용화 초기 5G가 LTE 보다 20배 빠르다는 광고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허위 과장광고라고 판단했다. 시정명령과 함께 총 336억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 조사는 2020년 10월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신고로 시작됐다. 당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통3사가 2018년 ‘5G가 LTE 보다 20배 빠르다’고 한 광고가 허위과장 광고라며 공정위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고발 후 2년 7개월만에 제재조치를 내렸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당시 이통3사는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1초당 10억비트)라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2021년 기준으로 평균 0.8Gbps에 불과했다.

이통3사를 제재한 공정위는 5G 기술표준상 목표 속도인 20Gbps를 실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며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이동통신 3사가 실제로는 구현될 수 없는 5세대 이동통신 기술표준 목표 속도에 불과한 20Gbps를 실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속도처럼 광고했다"고 밝혔다.

5G 스마트폰을 제조했던 삼성전자, LG전자도 마찬가지로 해당 문구를 제품 홍보용으로 활용했다. 국내 첫 5G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와 LG전자 ‘V50 ThinQ 5G’ 두 기기다.

삼성전자가 2019년 내놓은 갤럭시S10 5G 기기 보도자료를 보면 ‘기존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전송 속도, 초저지연, 초연결성이 특징인 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갤럭시 S10 5G’ ‘5G 무선통신은 기존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전송 속도뿐 아니라 초저지연, 초연결성을 지원한다. 이러한 5G 무선통신을 지원하는 갤럭시S10 5G’ 등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는 V50 ThinQ 5G 단말기를 홍보하는 보도자료에 ‘5G는 기존보다 20배 가량 빠른 네트워크 속도가 특징’ ‘5G는 기존보다 20배 빨라진 데이터 전송 속도와 100배 늘어난 데이터 처리 용량 등으로 여러 앱과 콘텐츠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습니다’ 등 내용을 포함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이통사는 5G 서비스가 LTE 대비 20배 빠르다는 내용을 홍보했는데, 제조사 역시 정확한 확인 없이 홍보에 이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책임이 있다"며 "이통사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확정됐으니 이제 제조사에 대한 신고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부분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다"며 "조사를 한다고 모두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제조사 관련 신고가 들어온 바 없어 조사를 안 했던 것이다"고 밝혔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