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서 소위 ‘다니기 좋은 기업’으로 명성이 높은 일동제약이 대규모 쇄신안에 돌입하면서 성공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프라인 강화와 조기 기술수출 추진 등을 통해 수익 구조 변화를 꾀하는 한편 연구개발(R&D) 분야를 강화시켜 미래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대대적인 변화에 착수했다.

일동제약 본사 전경. / 일동제약
일동제약 본사 전경. / 일동제약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은 임직원들에게 경영 쇄신안을 공개했다. 쇄신안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R&D 성과를 창출과 더불어 과감한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영업·마케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R&D부문에서 효율 및 스피드를 높이고 ‘라인선스 아웃(LO)’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과거 R&D 투자를 통해 상당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만큼 선택과 집중에 따른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겠는 전략이다.

영업·마케팅 분야에 있어서는 이익 구조가 취약한 품목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합리적인 안전재고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을 노린다. 특히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은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하며, 차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ERP)을 가동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동제약이 이 같은 혁신에 돌입한 이유는 늘어나는 지출에 비해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555억원의 적자를 낸 일동제약은 지난해 적자폭이 735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일동제약은 2019년부터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R&D 투자를 확대했다. 2019년 매출 대비 11.1%를 R&D에 투입한 일동제약은 지난해 19.7%까지 늘리면서 전통제약 중 가장 많은 매출 대비 비용을 투입한 기업이 됐다.

R&D 비용은 2021년 1082억원보다 15.6% 늘어난 1251억원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3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금융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해 R&D 중심 기업으로서는 악조건이 지속됐다.

오너 3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 일동제약
오너 3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 일동제약
이에 일동제약은 마케팅과 영업 측면에서 이익 구조 개선을 위해 취약 품목을 정리하고,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재고 관리 시스템 변화를 시도한다.

또한 경구형(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정 125㎎(성분명 엔시트렐비르푸마르산)’의 국내 품목허가를 완료해 수익창출을 노릴 예정이다. 조코바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가진 단백질 분해효소(3CL-프로테아제)를 저해해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의 치료제다.

더불어 일동제약은 자사가 보유한 20여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조기 라인선스 아웃해 자금 조달을 받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현재 비임상 단계에 있는 물질이 절반 정도로 비임상이 마무리되는 데로 글로벌 기업과 협상을 통해 기술수출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동제약은 36조 시장이 전망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도 도전 중이다.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NASH 신약 후보물질 ‘ID119031166M’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현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IDG16177’이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했고, 원숭이 동물모델에서 효과를 확인한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40338’도 임상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밖에 고형암 치료제, 노인성 황반변성·녹내장 등 안과 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들이 개발되고 있어 이들 중 어떤 기술이 라인선스 아웃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일동제약의 R&D 중심 체질개선은 앞서 진행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예고된 바 있다.

당시 윤웅섭 대표이사 부회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 없이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올해합리적인 자원 분배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수익성 증대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제약사의 대규모 쇄신을 단행은 매우 이례적이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며 "오너 3세인 윤 대표의 확고한 쇄신 경영 의지가 엿보이며,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동의 선택이 머지않아 빛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