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엔비디아 호실적 훈풍에 나란히 상승세다. 동학개미들의 숙원인 ‘7만전자(7만원대 삼성전자)’와 ‘10만닉스(10만원대 SK하이닉스)’를 동시에 회복했다.

주가 회복에 따라 책임경영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양사 경영진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부사장급 이상 임원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12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최대 50%를 자사주로 선택하는 옵션을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임원진들이 솔선수범에 나섰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 삼성전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 삼성전자
26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7만 300원이다. 삼성전자 등기임원인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9월만 해도 손실률이 각각 10% 초반부터 20% 중후반대에 달했지만, 현재는 수익권에 진입했거나 원금을 거의 회복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종희 부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1만 5000주, 매수 평균 단가는 6만 3587원이다. 26일 종가(7만 400원)를 반영하면 수익률은 10.43%(수수료 0.015%·거래세 0.23% 기준)다. 지난해 5만 4300원까지 주가가 빠졌을 당시 1억 38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1억원쯤의 수익이 발생했다.

경계현 사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2만 1050주, 매수 평균 단가는7만 2386원(신규선임 50주 제외)이다. 종가를 반영하면 수익률은 -3%다. 과거 3억 6000만원쯤까지 치솟았던 손실액이 5000만원 미만으로 줄었다.

모바일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 보유 자사주는 1만 3000주, 매수 평균 단가는 7만 4377원이다. 종가 반영 시 수익률은 -5.59%다. 지난해 2억 6000만원쯤에 달했던 손실이 5400만원쯤으로 줄었다.

메모리 분야 사업을 총괄하는 이정배 사장의 보유 자사주는 1만 5000주, 매수 평균 단가는 6만 2848원이다. 종가를 반영하면 수익률은 11.73%다. 지난해 1억 2700만원쯤 손실이 현재 1억 1000만원 수익으로 바뀌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 곽노정 사장(CEO) / 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 곽노정 사장(CEO) / SK하이닉스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2월 28일 SK하이닉스 주식을 동시에 취득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곽노정 사장(CEO)도 10만원대를 훌쩍 넘은 자사주 급등 소식에 웃는다. 26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10만 9200원이다. 1월3일 7만 3100원의 52주 신저가로 밀린 후 49.4% 반등했다.

2022년 2월 25일 12만원대에 1만 5933주를 매입한 박정호 부회장은 올해 2월 28일 1분기 자사주 상여금(Stock Grant)으로 9만원쯤에 4091주를 물타기(주식의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했다. 수익권까지는 아니지만, 손실률을 대거 낮췄을 것으로 파악된다.

곽노정 사장도 자사주 상여금으로 1805주를 받아 주식수가 4016주로 늘었다. 2022년 5월 6일 10만원대 후반에 1000주를 매입한 곽 사장 역시 수익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라 나오면서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속속 높인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존 8만 2000원에서 9만원으로 목표 주가를 최근 상향했다.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올렸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