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을 의결하면서 이제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이 법제화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는 범주에서 제외됐다. 토큰증권(ST)은 이미 연초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증권으로 규정,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가상자산 투자수익 비과세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전담 부처인 디지털산업진흥청 신설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목표로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국회가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2단계에 걸쳐 나눠 진행하기로 한 만큼, 가상자산을 넘어 디지털자산 전반에 걸친 입법화 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 중심의 디지털 화폐라 할 수 있는 CBDC와 증권업 테두리로 묶인 토큰증권 역시 후속 절차가 뒤따라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은 연구 중인 CBDC…한은·삼성전자 협력 주목해야

이승헌(왼쪽) 한국은행 부총재와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이 MOU 체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승헌(왼쪽) 한국은행 부총재와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이 MOU 체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가상자산은 제도권 내로 진입이 시작된 반면, CBDC는 아직 연구만 활발한 상태다. CBDC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 등을 활용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를 말한다. 현금없는 사회에 대응하고 금융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돼 각국 중앙은행이 CBDC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CBDC 기술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CBDC의 연구를 지속하고 오프라인 결제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은행이 진행한 ‘CBDC 모의실험 연구’ 2단계 사업에도 참여했다. 송금인과 수취인이 모두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근거리 무선 통신(NFC)을 통해 기기간 송금과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오프라인 CBDC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통한 송금과 결제는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보안 칩세트(eSE) 내에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오래전부터 CBDC를 비롯, 웹3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고 전한다. 디지털자산을 코인과 동일시 하는 분위기 탓에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에 뒤떨어지면 미래도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 양측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워치 등을 활용해 오프라인 결제 시 우려되는 보안위협을 최소화하고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재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결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실제 CBDC 시스템을 분산원장 기반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2023년에도 참가기관 대상을 확대해 연계실험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새 먹거리 된 STO…연내 법률 개정안 제출

토큰증권(ST)도 시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토큰증권을 제도화해 자본시장법에 포섭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증권이다.

금융당국은 연내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이르면 내년 말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STO가 시행되면 다양한 실물 자산을 디지털화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STO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증권사도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조각투자, 블록체인 업체와 함께 STO 협의체를 구성하고 중소형 증권사는 MOU를 맺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도 전자증권에서 토큰증권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 예상한다. 관련 인프라 구축에 소홀할 수 없는 이유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 STO 민간협의체인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토큰증권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STO 협의체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결성했고 NH투자증권은 ‘STO 비전그룹’을, KB증권은 ST협의체를 구성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TO 시장은 2024년 말 개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전까지는 샌드박스(일시적 규제 면제) 형태로 영업할 것"이라며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고 당국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어 초기에는 시장 육성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