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를 맡아 주관 실적 1위에 이름을 올렸던 KB증권이 올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증권이 올해 주관한 IPO는 전무하다. 상반기 마무리까지 한 달 가량 남은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 주관 실적이 사실상 0건일 가능성이 높다. KB증권이 주관을 맡은 기업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일정이 확정된 곳은 KB스팩25호, KB스팩24호 등 2곳에 불과했다. 일반기업 IPO는 한 건도 없다.

그나마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곳은 쏘닉스(5월 30일), 피노바이오(5월 4일), 한싹(4월 27일), 세니젠(4월 20일), 에코아이(3월 31일), 에스와이스틸텍(3월 30일) 등 6곳이 있다. 이 중 피노바이오는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을 맡았고 세니젠은 스팩 소멸합병을 준비 중이다. 통상 예비심사 승인이 영업일 기준 45일 가량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 KB증권이 상장 주관 실적을 쌓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KB증권이 지난해 여러 IPO 전통 강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과 비교된다. 작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 8곳의 기업을 상장시키며 공모총액 13조4478억원을 기록했다. 공모 건수로는 미래에셋·한국투자(15건), NH투자증권(10건), 대신증권(9건)에 밀렸지만 공모금액으로는 2위인 신한투자증권(6021억원)과의 2배 이상 차이를 벌리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 영향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금액이 12조7500억원으로 KB증권의 지난해 연간 공모총액의 94.8%를 차지했다. 사실상 작년 KB증권 공모 실적의 대부분이 LG에너지솔루션에서 나온 셈이다.

이를 감안해도 올해는 시장 부진에, 상장 철회 등이 겹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월 400억원 규모의 대형 스팩인 KB제24호스팩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기관투자자 참여가 부진, 철회를 결정했다. 해당 스팩은 통합 KB증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내놓은 스팩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일반 상장 주관 실적은 작년 10월 27일 산돌 이후 전무하다.

KB증권은 하반기 대형 IPO로 반전을 노린다. LG CNS와 두산로보틱스, LG머트리얼즈 등 대어급 상장을 준비 중이다. LG CNS의 예상 기업가치는 5조~7조원이며 공모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두산로보틱스와 LG머트리얼즈도 조단위 이상의 대어급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일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우선 올해 대형 IPO가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신규 상장 기업은 23개사, 이중 코스피 상장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코스닥 상장 기업도 공모규모가 500억원을 넘지 않는 중소형딜이 대부분이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기관투자자가 투자할 만한 대어급 및 중견기업의 IPO 추진이 재개될 시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증시 불안 우려가 여전하고, 여유 자금 조달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대어급 종목은 기피하고 중소형주 중심으로 성공적인 IPO를 찾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