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97인치 올레드(OLED) TV에 이어 98인치 LCD TV를 내놓는다. 갈수록 확대되는 초대형 T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LG전자가 98인치 LCD TV를 내놓은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31일 LG전자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2024년 TV 라인업에 98인치 LCD TV를 포함한다. 미니 LED를 탑재한 ‘QNED’와 하위 라인업인 ‘나노셀’ TV에 98인치 모델을 순차적으로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LG전자 모델들이 97인치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 모델들이 97인치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97인치 올레드 TV를 출시했다. 올레드 TV가 97인치까지 사이즈를 키운 반면, QNED와 나노셀 TV의 최대 크기는 아직 86인치다.

올레드 일변도였던 LG전자의 대형화 전략은 내년 97인치 LCD TV 출시로 일부 조정이 예상된다.

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100인치 이하는 올레드 TV로, 그 이상 크기 제품은 마이크로 LED TV로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LG전자가 올레드에 이어 LCD 기반 TV에서도 90인치대 제품을 출시하려는 것은 초대형 규격에서 올레드 TV의 가격 경쟁력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선점 중인 90인치대 초대형 시장에서 더 늦지 않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출시된 97인치 올레드 에보 갤러리에디션의 국내 출하가는 3990만원이다. 하반기 출시될 신제품도 비슷한 가격대에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보급형으로 내놓은 98인치 QLED 출고가(1270만원) 대비 3배 이상 비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를 보면, 2019년 85인치 TV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18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900% 넘게 늘어난 187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98인치 TV는 1000대 미만에서 16만대쯤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98인치 TV를 앞세우며 초대형 TV 시장에서 LG전자와의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올해 1분기 세계 TV 출하량을 보면 삼성전자는 80인치 이상 시장 점유율이 43.9%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LG전자는 14.1%에 그쳤다.

LG전자가 98인치 LCD TV를 출시하면 90인치대 제품군에서 올레드와 LCD로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레드 TV가 초대형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80~90인치대 LCD TV가 이를 보완하는 그림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TV 시장에서 90인치대 비중이 아직 높지 않지만, 초대형 시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최근 LG전자의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내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90인치대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