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의 등록재산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해외 계좌를 이용한 거래내역을 여전히 알 수 없는데다 현역인 21대 의원까지는 본인 소유 현황만을 등록하게 하는 등 미비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법안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가상자산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앞서 국회는 지난달 25일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원·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및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가상자산, 끝까지 숨기면 알 수 없어법안 실효성 논란

개정안에 따라 국회의원을 포함한 4급 이상의 공직자는 재산 신고시 현금·주식·채권 등과 함께 가상자산의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을 등록해야 한다. 공윤법 개정안은 오는 12월초 시행되며, 올해 1월 1일 이후 거래만 신고 대상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하지만 회의적인 반응이다. 가상자산은 주식, 부동산 등과 달리 거래와 소유 내역을 파악하기 힘들어 사실상 신고자 본인의 ‘양심’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특금법에 따라 이상 거래를 감지하고 거래내역을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 지갑, 혹은 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은 이동식저장장치(USB)와 같은 가상자산 지갑(콜드월렛)에 보관할 경우 이를 추적할 수 없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이러한 지적에 대해 "거래소가 해외에 있거나 P2P라 해서 개인 간 거래는 밝히기 어렵다. 한계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21대 의원까지는 왜 본인까지의문도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현역인 21대 국회의원부터 해당한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7일부터 시행되는 부칙을 통해 21대 국회의원들에 대해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등록하라고 공지했다.

현행 국회법은 재산신고에 대해 본인과 배우자, 직계・비속까지 재산 신고 대상의 범위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법 부칙에 21대 국회의원까지는 소유 현황을 본인에 한정해 등록하도록 하고 있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자산) 개인지갑은 은행계좌와 달리 지갑에 이름이 붙어있지 않다"며 "이러면 문제가 된 국회의원이 직계존비속의 것이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부칙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은 임기개시일인 2020년 5월 30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의 소유 및 변동내역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거래소가 아닌 개인의 가상자산 지갑은 소유자를 숨길 수 있어, 이전까지의 거래나 보유 내역을 가족의 것으로 속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또한 "가상자산의 소유 현황을 등록함에 있어서도 이 범위가 달라질 이유가 없다"며 "법 개정으로 22대 국회의원부터는 모두 신고하도록 하고 이번 21대 국회의원들은 본인만 등록하라고 공지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