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김준환(가명)씨는 저축은행에서 지난해 6%대로 받았던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8%대로 올라 부담을 느끼던 차, 이번에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갈아타기를 시도했다. 카카오페이에 접속, 각종 정보동의를 클릭, 본인 인증, 직장·연봉 조회까지 마치고 상품을 찾아준다는 안내문구를 받았다. 하지만 10분 정도 기다려 받은 대답은 결국 ‘유리한 대출이 없다’가 전부였다.


카카오페이 앱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화면. / IT조선
카카오페이 앱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화면. / IT조선
"시스템 안정화 덜 돼 상품군 제대로 안 떠"

지난달 31일부터 시행중인 온라인·원스톱 신용대출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사이에서는 실제 원하는 대출규모와 금리로 갈아타기가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원하는 대출이 검색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히려 이자가 더 비싸거나, 한도는 더 적은 대출로 갈아타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소비자도 적잖았다. 천만원대 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백만원대 대출을 추천하거나, 6~7%대 금리의 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이보다 훨씬 높은 10% 이상 금리를 추천해줬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

금융위는 서비스 초기인 만큼, 시스템이 안정화 되지 못한 것을 주요 원인이라 설명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플랫폼이 대출금리 외에도 한도를 기준으로(한도가 높은 순) 상품을 정렬해 금리를 낮게 제공할 수 있는 다른 금융회사의 응답이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며 "각 금융사가 플랫폼과 조율을 거쳐 시스템을 점차 안정화 함에 따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여기에 고신용자가 기존에 충분히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을 경우, 그리고 현재 시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초과하는 대출을 보유해 금융사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을 때도 원하는 상품으로의 이동이 불가하다는 전언이다.


금융위원회. / 뉴스1
금융위원회. / 뉴스1
대출비교 플랫폼 내 금융사 제각각…선택지 한계

각 비교 플랫폼 업체별로 제휴 금융사가 다르다는 점도 불편요소다. 보다 다양한 대출상품을 비교하려면 직접 다른 플랫폼에 접속해야 하는데, 이 경우 매번 마이데이터 제공 동의 절차를 밟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현재 시중 5대 은행이 모두 입점한 플랫폼은 카카오페이가 유일하다. 카카오페이가 제휴한 16개 금융사 중 1금융권은 8개사로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등이다.

대출 갈아타기 사전 알림에 40만명이 몰렸다는 토스는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 1금융권 6곳, 카드, 캐피탈 등 2금융권 11곳을 합쳐 총 17곳의 제휴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대출비교 플랫폼 중 네이버파이낸셜이 13곳, 웰컴저축은행은 7곳 금융사와 제휴했다.

내 신용 내가 직접 기재?

고객이 직접 직업·자산·소득을 적어내야 한다는 점도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대출비교 플랫폼은 이를 바탕으로 신용점수 영향 없이 유리한 조건의 상품을 추천한다. 금융사 모바일 앱이나 창구에서 직접 대출을 진행하며 각종 서류를 제출하던 때와 달리 지나치게 간소화돼 허술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출비교 플랫폼 관계자는 "실제 고객의 대출 가능여부 심사 등은 금융사에서 진행하고, 플랫폼은 고객의 정보를 금융결제원과 각 제휴 금융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자신의 정보를 플랫폼에 입력하면 플랫폼은 금융결제원에 중도상환수수료를 요청한다. 이후 금융결제원이 가심사로 각 금융사에 대환 가능한 상품과 금리가 있는지 파악한다.

대출비교 플랫폼에서는 조회가 불가능했지만, 기존 금융사 앱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낮은 금리로 이동하는 사례도 심심찮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고 성실히 이자와 원금을 납부한 경우 금리 혜택 주거나 대출한도를 올려 주곤 한다"며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동한 신규 고객의 성향을 금융사가 당장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