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저축은행 유동성 위기설이 돌고 있습니다. 파산하면 5000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하니 빨리 돈 빼서 안전한 1금융에 예치시키세요."

지난 3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은행들이 뱅크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의 경우, 신규 수신 상품인 ‘먼저 이자 받는 예금’ 출시 이유가 "부족한 수신을 매꿔 뱅크런을 막으려는 것"이라는 루머가 퍼져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를 계기로 ‘예금자 보호 한도’에 대한 각성이 일었다. 우선 5000만원이라는 국내 금융사의 예금자 보호 한도가 너무 적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연쇄 은행 파산과 같은 위기가 국내에 닥쳤을 경우, 예금자들의 피해는 얼마나 보상할 것이냐는 위기감이 그것이다.

정치권도 암묵적으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최소 1억원까지는 올려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금 보험금을 원칙적으로 5000만원으로 하되, 예금보험공사가 예외적으로 부보금융회사의 예대금리차를 고려, 매년 2억원 범위에서 증액해 공고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 파산 시 예금·적금의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대 5000만원을 돌려준다. 이 한도는 2001년부터 22년째 그대로다. 반면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 중국은 50만위안(약 9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300만원), 유럽연합은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를 보장한다.

이제 우리도 예금자 보호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만 증액 수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도를 상향하면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추가로 내야 하는 보험료인 ‘예금보험료율(예보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손익을 맞추기 위해 금리를 올려 결국 소비자에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몇몇 저축은행은 올 들어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금융권이 모두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 예금자 보호 수준을 상향할 시점이 된 것은 맞다고 본다. 이들의 이익 80%는 이자이익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분기부터 2배가 넘는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 자산건전성 확보에도 열심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려도 무리는 없을 거란 진단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 관련 개선안을 내놓기 위해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보호한도와 목표기금 규모, 예보율 등 검토해 8월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차제에 당국이 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예보율 증액을 감당할 수 있는 업권에는 그만큼 높은 수준의 한도를 책정하고, 적자가 예상되는 업권은 차등해서 한도를 올려주는 방안도 검토할만 하다. 대신 금융사가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 떠넘기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여년전이라면 IMF 경제위기를 막 극복하던 시점이다. 그 때와 비교해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은 엄청나게 달라졌는데, 예금자 보호 수준은 달라진게 없다면 금융 소비자 눈높이를 어찌 맞추겠는가.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