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올해 사측과 임금협상에서 2022년 합의안 대비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요구했다. 대한항공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준법투쟁 돌입에 이어 항공업계 노사 갈등은 더욱 커진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보잉 787-9 앞을 걷고 있다. / 대한항공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보잉 787-9 앞을 걷고 있다. / 대한항공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사측에 10% 중반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 임금인상률을 15%로 가정하면 2022년 조종사가 포함된 항공운송사업 남성 1인 평균 급여액 공시 기준 1억1700만원에 1700만원을 높여 부른 셈이다.

이번 제시안은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당시 만족스러운 임금인상률을 이끌어 내지 못해 올해는 더욱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노조의 이번 임금인상률 요구는 2022년 타결한 10% 보다 높다.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 당시 조종사노조는 사측과 2020·2021년 임금 동결, 2022년 임금 총액 10% 인상에 합의했다. 하지만 조종사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2054명 중 1193명(58.1%)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후 임금인상률 10%로 입단협을 타결했지만 이 과정에서 조종사노조 집행부의 총사퇴 등을 겪었다.

올해도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는 3월 말 상견례 이후 현재까지 4차 협상을 이어왔다. 조종사노조는 1차 협상 때부터 임금인상률을 제시했지만 사측으로부터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5차 협상은 언제 열릴지 확정되지 않았다. 2년 주기로 이뤄지는 단체협약 교섭은 올해 진행되지 않는다.

조종사노조는 올해 요구한 임금인상률을 사측에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아직 협의된 내용은 없다"면서도 "작년 10% 인상에 그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올해 노조 요구안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노사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으면 항공업계 노사 갈등은 더욱 확산된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는 시기에 조종사노조의 투쟁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10%대 임금인상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6월 7일 무기한 준법투쟁에에 돌입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 관련 위기 대응조치 단계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준법투쟁을 시작으로 쟁의 강도를 점차 높일 계획이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