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다. 2013년 20%를 웃돌며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한 삼성 스마트폰의 2018년 점유율은 0.8%로 추락했다. 이후 6년째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의 ‘애국 소비’ 때문일까. 안타깝지만 이 주장은 현지에서 애플 아이폰의 성공으로 반박 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0%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미국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상징하는 아이폰이 비보, 오포, 아너, 샤오미 등 중국 현지 제조사를 제친 것이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인 반면, 삼성이 이 시장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미국과 한국 브랜드를 평가하는 중국 소비자의 차별적 시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삼성 스마트폰이 수년째 부진한 이유는 소비자의 감정적 판단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국을 하대하고 얕잡아 보는 인식이 있는데, 이런 경향이 삼성 브랜드를 은연중에 사지 않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중국인은 미중 갈등 영향으로 미국을 싫어하지만 브랜드는 무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폰 소비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은 이 같은 중국인의 인식에 기름을 부었다. 삼성은 당시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만 제품 리콜에 나섰는데, 이를 두고 중국에서 삼성을 비방하는 여론이 확산했다. 물론 중국에 유통된 갤럭시노트7은 기존 발화 배터리와 다른 제조사의 제품을 탑재해 문제가 없었던 만큼 삼성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

중국에서 삼성 스마트폰 실적은 적자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희망없는 곳에 삼성이 뭣하러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삼성은 중국 시장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3년째 가동 중인 중국사업혁신팀을 통해 부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동시에, 소비자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한다. 중국 시장은 외면하거나 포기하기엔 여전히 중요하고 큰 시장인 탓이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30배, 세계 시장의 4분의 1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삼성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0% 점유율만 기록해도 극적인 반전을 이룰 수 있다. 첨병 역할은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가 맡는다. 중국 소비자가 구매할 수밖에 없는 압도적 혁신 기술을 선보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남겨놨다.

일본 투수 노모 히데오는 "소시민은 도전자를 항상 비웃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를 위한 찬사로 쓰인다. 도전자라는 현실을 잊지 않고 문이 열릴 때까지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삼성에도 이런 표현을 쓸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