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삼성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첫 협력을 시작하며 잡았던 손을 더 꽉 잡는 모양새다.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가 현대차 일부 모델에 적용됐었지만, 양사 반도체 분야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선-이재용 경영 체제의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견고한 밀월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뉴스1
◇삼성전자, 현대차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
삼성전자는 현대차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Infotainment)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한다고 6월 7일 밝혔다. 양사는 2025년 공급을 목표로 협력에 나선다. 삼성전자 IVI 반도체 칩은 독일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에 탑재된 바 있으나 현대차에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IVI는 엔터테인먼트와 인포메이션 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다.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 정보, 자동차 내에서 고화질 영상과 고사양 게임 구동 등을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고성능 프로세서가 자동차에 탑재되는 추세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IVI용 프로세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차세대 프로세서(CPU)를 탑재해 이전 세대 ‘엑시노스 오토 V9’ 대비 성능을 최대 2배 높였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강화로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이 향상됐고, 주변을 신속히 파악해 안전한 주행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피재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와의 이번 협력을 통해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엑시노스 오토 V920. / 삼성전자
엑시노스 오토 V920. / 삼성전자
◇‘윈-윈’이라는 정의선·이재용 연합
재계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두 기업이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연합전선을 형성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연합이 두 회사에 ‘윈-윈(Win-Win)’이라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우선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서 프리미엄 프로세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반도체 공급 이슈를 고려했을 때 안정적인 수급을 이룰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업인 만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내부에서도 삼성전자와의 이번 협력에 대해 윈-윈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게도 현대차와 협력은 기회다. 삼성전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현대차와의 협력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인포테인먼트용 제품을 거래하면서 고객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5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관련 협력을 논의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에 깊은 관심을 내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9년까지 연평균 11%씩 성장해 1430억달러(186조47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엑시노스 오토 V920 공급을 기점으로 두 그룹의 협력 분야가 더 확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전고체 배터리 연구 현황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는 만큼 재계는 두 그룹의 협력 범위가 전고체 배터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아직까지 다른 협력이 예정돼 있진 않다"며 "추후 더 필요한 부분 있으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