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Decentralization)’

각종 블록체인 백서에 등장하는 단골 단어다. 중앙 기관의 통제 없이 진행되는 금융 거래를 뜻한다. 메인 서버가 없다 보니 참여자들이 자신의 거래 데이터를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가상자산에 기반한 크립토나 NFT(대체불가토큰) 등 각종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탈중앙화를 통해 금융 생태계를 바꾸는 동시에 거래자간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 용산 위플 NFT 갤러리에서 ‘회까닷 2023’ 데모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 이상훈 기자
서울 용산 위플 NFT 갤러리에서 ‘회까닷 2023’ 데모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 이상훈 기자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폴카닷(Polkadot)은 "블록체인 기술이 기업의 독점 생태계를 바꿔 놓으려면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해답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의 시너지’다. 여러 블록체인을 하나로 통일시켜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돕겠다는 것. 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지속적인 확장을 가능케한다.

폴카닷이 최근 두 달여간 진행한 ‘회까닷(Hackadot) 2023’도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의 시너지를 강조하는 이벤트였다. 여러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한데 모여 블록체인 기술을 논의하고, 함께 탈중앙화 기술을 고도화시키고자 했다.

9일 폴카닷이 서울 용산 위플 NFT 갤러리에서 진행한 회까닷 2023 데모데이 행사장을 찾아가 봤다. ‘회까닷 2023’은 동북아시아에서 열리는 첫 폴카닷 관련 해커톤(Hackathon)으로 4월 24일부터 6월 9일까지 열렸다. 이날 열린 데모데이 행사에서는 해커톤 참가자들의 프로젝트 발표와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일정 기간 동안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특정 주제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대회다. 이번 해커톤 행사의 주제는 "폴카닷 환경에 없는 서비스면 무엇이든 개발하라"로, 사실상 자유 주제였다.

여러 업종에 종사하는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탈중앙화 게임 ‘문 팜(Moon Farm)’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던킨 유(22·남)씨는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찾아왔다"며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보며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 리키가 NFT 환불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 이상훈 기자
참가자 리키가 NFT 환불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 이상훈 기자
블록체인 개발자 외에도 여러 블록체인 관계자들이 가지각색의 목적을 가지고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웹3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한 참가자는 "사실 재미 목적으로 왔다"며 "창의성, 의외성이 넘치는 여러 블록체인 기술들을 보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행사 심사위원은 아스타 네트워크, 팔라 네트워크, 문빔 네트워크, 쟁글 등 유명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들이 맡았다. 행사장 맨 앞 열에 줄지어 앉은 이들은 심사 내내 예리한 질문들을 참가자들에게 던지며 블록체인 기술에 진심인 면모를 보였다.

심사위원들 중 한 명이었던 이현우 쟁글 대표는 심사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채택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술"을 꼽았다.

이날 해커톤 참가자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고도화시킨 블록체인 기술을 심사위원들 앞에서 뽐냈다. 특히 ‘파라스 NFT 런치패드’를 선보인 ‘리키’라는 이름의 참가자는 ‘NFT 러그풀을 막기 위한 NFT 환불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NFT 러그풀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프로젝트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돌연 중단, 투자금을 가로채는 행위를 뜻한다. 그는 "‘NFT 러그풀’은 투자자로 하여금 신뢰를 잃게 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NFT 시장에 접근하고, 투자하게 하려면 이 같은 행위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신의 얼굴을 직접 가져오세요’라는 프로젝트로 1등을 수상한 이승주(좌), 송지훈(우) 개발자 / 이상훈 기자
’당신의 얼굴을 직접 가져오세요’라는 프로젝트로 1등을 수상한 이승주(좌), 송지훈(우) 개발자 / 이상훈 기자
이후에도 우위를 가리기 힘들만큼 쟁쟁한 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1위를 정하기 어렵다는듯 행사 말미에는 굳은 표정을 보였다. 행사 후에도 30분 가량의 심사 논의가 진행됐다.

오랜 심사 끝에 결국 1등은 ‘브링 유어 온 페이스(Bring Your Own Face·당신의 얼굴을 직접 가져오세요)’ 개발팀이 차지했다. 브링 유어 온 페이스는 ‘영지식 증명’(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반복을 통해 증명)을 통해 블록체인 트랜잭션을 가능케 하는 기술로 향후 블록체인 서비스를 발전시킬 유망한 서비스라는 평을 받았다.

이승준 브링 유어 온 페이스 개발자는 수상소감에서 "아직 배울 부분도, 개선할 부분도 많다"며 "우리의 아이디어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상훈 기자 lees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