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속속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새로운 창업 지원과 정책 투명성 강화 등을 기대하기 때문인데, 활용 방식을 간소화하고 공공기관 내 데이터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안전행정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최근 고용 산재보험정보, 사회복지 시설정보 등 민간 수요가 많고 수시로 변경되는 대용량 공공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무료 개방한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건강검진기관정보, 소방방재청의 재난정보, 특허청의 특허기술 거래정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정보공시 정보 등 총 25종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되는 데이터는 오픈 API(Open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방식으로 공개된다. 표준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민간기업과 개발자 등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50여억 원을 투입해 올해 11월까지 오픈 API를 개발한 후 공공데이터포털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 올해 개발할 예정인 주요 오픈 API (표=안전행정부)

 

이에 앞서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센터는 문화포털 웹사이트에서 서비스되는 문화데이터를 포털사이트 다음과 연계해 제공하기로 했고, 국토부는 국내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NSS) 관측 기관 8개의 데이터를 통합해 '국가 GNSS 데이터 통합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민간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하면 차세대 차량항법 시스템, 스마트폰용 정밀 내비게이션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공공 데이터는 물론 민간 데이터까지 단일 ID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가 문을 연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의 ‘데이터 스토어’ 서비스로 기존 서비스들과 달리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춰 여러 데이터를 활용한 앱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진흥원 측은 설명했다. 이밖에 안행부는 중소기업이 공공데이터 이용할 때 불편한 사항을 현장에 직접 나가 해결해주는 현장대응반(PSC)을 운영하면서 공공 데이터 개방과 활용에 힘을 쏟고 있다.

 

공공부문의 방대한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정부 거버넌스 혁신과 데이터 개방 촉진을 위한 '오픈데이터 실행계획(U.S. Open Data Action Plan)'을 발표했다. 데이터를 표준화해 공개하고 시민사회가 참여해 개방할 데이터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 방향도 결정됐다. 영국 역시 지난 6월 보건 의료와 사회복지 데이터 개방 활용을 위한 전략을 내놓았다.

 

▲ G20 국가 기준 오픈 데이터 정책의 경제적 효과 (표=오미야드 네트워크)

 

이처럼 세계 각국이 공공 데이터 개방에 적극적인 것은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고, 공공부문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민참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기관인 오미야드 네트워크의 보고서를 보면, G20 국가의 공공 데이터 개방 가치가 2013년 기준 연 2조6000억 달러로 추산됐다. 교육이 7170억 달러로 가장 많고 운송(5800억 달러), 소비재(4190억 달러), 전자제품(2740억 달러), 헬스케어(2420억 달러) 순이었다. 앞으로 5년간 누적 경제효과는 1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반면 우리나라는 데이터 개방 정책에 있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월드와이드웹(WWW) 재단이 데이터 준비도와 실행력, 영향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ODB(Open Data Barometer) 순위를 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는 54.21점으로 12위에 그쳤다. 준비도에 비해 실행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공공기관 중 일부는 여전히 보유한 데이터를 외부 특히 민간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경우가 많고, 활용 실적이 담당자의 성과평가와 연동되는 공공기관의 경우 단일 ID로 여러 AP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민간 기업과 개발자가 공공 데이터를 더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