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정통 오프로드 SUV의 새로운 해석, 지프 그랜드 체로키

김준혁
입력 2014.10.27 11:09 수정 2014.10.27 19:55

 



 


[IT조선 김준혁]
지프는 수십 년째 SUV 하나만을 만들어오고 있는 정통 SUV 브랜드다. 수익 향상을
위해 SUV 외 다른 곳으로 잠시 눈길을 돌릴 만도 하지만 지프는 고집스럽게 SUV 하나만을
만들고 있다. 지프가 더욱 고집스러운 점은 최근 SUV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도심형 SUV보다는 흙과 바위로 뒤덮인 산이나 초원을 거침없이 달려나갈 수 있는
정통 오프로드에 가까운 SUV를 만들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물론 과거에 비교했을
때 최신 지프 모델들은 편안한 승차감과 날렵한 주행을 위한 여러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디자인 또한 많이 부드러워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프의 모든 모델들은
기본적으로 오프로드적인 기질을 갖고 있고, 이 점이 지프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프론트 도어 하단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그랜드 체로키(GRAND CHEROKEE)' 로고

 


지프 브랜드의 기함인
‘그랜드 체로키’는 이런 지프의 변화와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과 고유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럭셔리
SUV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추가된 각종 고급 편의 장비는 오프로드 SUV인 그랜드
체로키가 도심형 SUV의 인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랜드 체로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프로드 실력과 이전 세대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고 안락해진 승차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통해 정통 오프로드
SUV의 진짜 매력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한다.


 


▲ 7개의
수직바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한 눈에 봐도 지프임을 알 수 있는 강력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다.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은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지프 브랜드를 상징하는 7개의 수직바로
이뤄진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사다리꼴 형태의 휠하우스, 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게 디자인된 그린하우스, 높은 지상고와 짧은 앞/뒤 오버행 등이 그랜드 체로키를
대변하는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다. 덕분에 그랜드 체로키를 한 눈에 보더라도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는 오프로드 SUV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높은
지상고와 사다리꼴 횔하우스, 짧은 오버행 등이 정통 오프로드 SUV임을 상기시켜
준다.

 


▲ 그랜드체로키는
전통적인 디자인 위에 최신 스타일이 잘 섞여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디자인를 갖고 있는 그랜드 체로키는 최신 스타일의 디자인을 더해 럭셔리 SUV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과 한 덩어리로 묶여있는 헤드램프는
화려한 LED 주간주행등이 더해졌으며, 프론드 범퍼 하단의 공기흡입구 주변에는 메탈
장식이 더해져 스포티한 모습을 보여준다.


 


측면에서는 20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되는데, 차체가 워낙 큰 탓에 휠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후면에서는
그랜드 체로키의 전통인 가로 형태의 테일램프와 두툼한 리어 범퍼가 디자인을 마무리
짓는다. 범퍼 하단에는 듀얼 머플러가 준비돼 다소 밋밋한 그랜드 체로키의 후면
디자인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 후면
디자인은 다소 평범하지만 그랜츠 체로키만의 개성을 느끼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실내는 과거 투박한
미국산 SUV에 대한 잔상을 모두 지워버려도 좋을 만큼의 화려한 디자인과 높은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센터페시아 상단에 마련된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디스플레이 덕분에 복잡한 버튼이 사라진 점은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디스플레이 하단에 최소한으로 마련된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의 디자인도
유럽차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만족스럽고, 그 밑의 기어레버와 셀렉 터레인
버튼도 꽤 고급스럽다.


 



▲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 소재로 잘 마루리된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

 

가죽과 우드로 정성스럽게
마무리된 스티어링 휠은 버튼이 다소 많아 복잡해 보이지만 일단 적응하고 나면 편안함을
제공받게 된다. 스티어링 휠 너머로 보이는 7인치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계기판도
다양한 정보를 깔끔한 그래픽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만족감이 높다. 시트는 미국차
특유의 넉넉함과 부드러움을 자랑하며 큰 차체를 바탕으로 뽑아낸 널찍한 공간에
대해 불만을 느낄 사람은 없어 보인다.


 


▲ 8단자동변속기
레버는 어디서 본듯한 모습이지만 최고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 계기판에
포함된 7인치 디스플레이는 화려하고 선명한 그래픽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럭셔리 디자인과
품질, 다양한 편의 장비를 탑재한 그랜드 체로키지만, 일부 장비의 경우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 중 우선되는 것은 유커넥트 시스템으로, 시스템에 포함된
내비게이션이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아 가끔씩 경로 안내가 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한다.


 


▲ 최소한으로
마련된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은 디자인과 품질 모두 수준급이다.

 


그 다음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크루즈 컨트롤 센서가 프론트 범퍼 하단에 위치해 있어 이물질에
의한 오염에 쉽게 노출되는데, 특히 비가 오거나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을 한 뒤에는
센서에 이물질일 묻었다는 경고 메시지가 떠 수시로 차를 정차해 센서를 닦아 줘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후속 모델에서는 센서의 위치를 조금 더 위쪽으로 옮겨
오염으로 인한 불편함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본다.


 


▲ 프론트
범퍼 하단에 마련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센서는 오염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오프로드 주행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지닌 그랜드 체로키지만, 정작 7500만 원에 육박하는 그랜드 체로키를 타고 거친 산을 오르거나 웅덩이를
건널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행여 잘못된 길로 들어서 값비싼 차체에 흠집이 생기거나
큰 문제라도 발생하게 될 걱정에 섣불리 그랜드 체로키를 거친 오프로드에 던져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 그랜드
체로키는 아스팔트보다는 거친 자연이 더 잘 어울린다.

 


그러나 그랜드 체로키에
올라 앉게 된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수십 년 동안 지프가 쌓아온 오프로드
주행에 대한 노하우가 ‘셀렉 터레인’이라 불리는 전자동 오프로드 장비에 빠짐없이
들어가 있고, 강력한 4륜구동 시스템과 콰드라 리프트라는 이름을 가진 에어
서스펜션 등 다양한 장비가 조합돼 운전자는 그저 스티어링 휠과 액셀 페달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오프로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 그랜드
체로키의 모든 것이 모여있는 셀렉 터레인 버튼과 다양한 오프로드 장비들

 


그랜드 체로키는
이처럼 다양한 장비를 갖고 있어 어떤 사람이라도 오프로드의 고수로 만들어준다.
우선 그랜드 체로키를 이용해 오프로드를 즐기는 방법 간단하다. 우선 가고자 하는
길에 맞춰 셀렉 터레인의 AUTO, SNOW, MUD, SAND, ROCK 모드 중 하나를 설정한 후,
차체를 천천히 움직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랜드 체로키를
시승하는 기간 내내 많은 가을비가 내려 대부분 노면 상태가 엉망이었고, 오프로드
주행 테스트를 위해 들어간 비포장 산길은 더욱 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크고
거친 돌들이 지천에 널린 바위 길도 추가됐기 때문에 셀렉 터레인의 MUD(진흙 길)와
ROCK(바위 길), AUTO 모드를 이용해 오프로드를 즐겼다.


 



▲ 비가
많이 와 노면이 무너져 있는 상태에서도 그랜드 체로키는 탁월한 접지력을 발휘한다.

 


우선 MUD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에어 서스펜션인 콰드라 리프트가 1단계 오프로드 모드로 작동해 지상고가
높아진다. 이로 인해 서스펜션 댐퍼의 스트로크가 길어지고 덕분에 4바퀴의 움직임이
훨씬 유연해져 4륜구동 시스템의 접지력이 향상된다. 그랜드 체로키가 진흙 길을
빠져 나오는 모습은 도심형 SUV가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이따금 미끄러운 진흙으로 인해 몇몇 바퀴가 헛도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이내 접지력을
회복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진흙 길을 빠져 나온다. 이는 비단 평지뿐만 아니라
경사가 꽤 심한 언덕길이나 내리막길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


 


▲ 계기판을
통해 셀렉 터레인의 작동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진 바위 길에서는
그랜드 체로키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우선 바위 길을 건너기 위해 ROCK 모드를
선택하고자 한다면 8단 자동변속기를 N레인지에 둔 채 저단기어인 4WD LOW를 선택한
다음에 ROCK 모드를 누르면 된다. ROCK 모드에서는 콰드라 리프트가 또 한번 작동해
지상고가 최고치로 높아진다. 이후부터의 동작은 MUD 모드와 동일하게 하면 된다.
아주 천천히 가고자 하는 코스에 집중한 채 스티어링 휠과 액셀 페달만을 조작하면
누구나 손 쉽게 오프로드의 고수가 될 수 있다.


 



▲ 강력한
4륜구동과 셀렉 터레인의 ROCK 모드만 있으면 웬만한 산길은 쉽게 오를 수 있다.

 


가끔씩 커다란 바위를
만나게 되면 4바퀴 중 2개 또는 3개의 바퀴만이 땅에 접지하게 되는데, 그 순간에도
그랜드 체로키는 빠르게 접지력을 만들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4개의 바퀴
중 몇 개만 땅에 접지된 상태에서도 엔진의 출력이 온전히 땅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은 전자제어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eLSD)이 포함된 콰드라 드라이브 II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됐기 때문이다. 그랜드 체로키 중 오버랜드(시승차는 오버랜드 모델)와
서밋 모델에만 적용되는 eLSD는 주행 상황에 따라 토크를 전, 후륜 뿐만 아니라 좌,
우 바퀴로 배분하기 때문에 순긱간에 탁월한 접지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 그랜드
체로키의 휠 상황을 계기판을 통해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가
오프로드를 정복해 나가는 모습은 7인치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계기판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각 바퀴의 움직임과 구동 상황, 에어 서스펜션의 높이, 셀렉 터레인
모드 등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판 덕분에 굳이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않더라도
손쉽게 주변 상황을 파악해 오프로드를 정복할 수 있다.


 



셀렉 터레인을 설정하지 않더라도 AUTO 모드만으로도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굳이 셀렉 터레인을
특정 모드에 두지 않고, AUTO 모드만을 이용하더라도 일반적인 SUV라면 엄두도 못
낼 오프로드를 그랜드 체로키는 주파해낸다. 실제로 시승 기간 내내 경사가 심한
언덕길이나 바위 길을 제외하고는 AUTO 모드만으로도 모든 길을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 노면
상황이 좋지 못한 곳에서는 지상고만 높여도 손쉽게 길을 지나갈 수 있다.

 


이처럼 그랜드 체로키는
오프로드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완벽함이 온로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그랜드 체로키의 오프로드 성능이 100점이었다면
온로드 성능은 70점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 그랜드
체로키의 온로드 성능은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인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승에 준비된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는
241마력과 56.0kg.m의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3.0리터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등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1800rpm부터 최대토크가
쏟아져 나오는 디젤 엔진의 강력함 덕분에 2.4톤이 넘는 그랜드 체로키는 생각보다
가벼운 초반 움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엔진의 세팅은 다소 불만스럽다. 최대토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엔진이 매우 부드럽지만 2000rpm 부근에서 갑자기 모든 힘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차체가 울컥거리게 되고 이 때문에 액셀 페달을 조절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일단 한 번 가속이 붙기 시작한 엔진은 생각보다 고회전 영역까지
매끄럽게 상승하고 커다란 차체를 160km/h 이상의 속도까지 가속시켜 놓는다.


 


▲ 56.0kg.m의
강력한 토크를 발생시키는 3.0리터 디젤 엔진

 


높은 지상고를 갖고
있어 불안함을 느끼게 해주던 차체는 어느새 에어 서스펜션이 작동해 차체를 한껏
낮추고 이내 고속주행에 적합한 AERO 모드에까지 맞춰놓는다. 오프로드 주행과 편안한
승차감 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설정됐지만 고속 영역에서의
안정감은 생각보다 높은 편이다.


 


▲ 그랜드
체로키의 에어 서스펜션은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지상고를 조절한다.

 


안정적인 고속 주행을
위해 에어 서스펜션이 차체를 낮춰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스펜션의 기본적인
성향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코너 주행에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무게 중심이 높고,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무게 중심의 이동 변화가 큰 탓에
높은 속도를 코너를 공략하기 힘들다. 강력한 접지력을 발휘하는 4륜구동 시스템이
가급적이면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체를 이끌지만, 기본적인 성향이 언더스티어에
가깝기 때문에 4륜구동 시스템을 이용한 온로드 주행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기는 힘들다.


 


▲ 스티어링
휠 뒤에 마련된 시프트패들은 적극적인 운전을 부추긴다.

 


물론 그랜드 체로키를
타고 적극적인 코너 주행을 즐길 경우는 오프로드 주행에 나서는 것만큼이나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랜드 체로키가 갖고 있는 강력한 엔진 출력의 여유로움과
스티어링 휠 뒤쪽에 마련된 스포티한 디자인의 시프트패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넉넉한 뒷좌석과 넓은 트렁크 공간은 대형 SUV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오프로드 성격이
짙은 그랜드 체로키가 과거와 비교해 온로드 성격을 많이 강화시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프로드 SUV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누구나 손쉽게 전자장비의 도움을 받아 오프로드 고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그랜드
체로키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대단한 매력임에 분명하다.  


 



▲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럭셔리함, 경제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그랜드 체로키

 


물론 많은 사람들이
SUV를 선택하는 데 있어 오프로드 주행 성능보다는 온로드 성능과 럭셔리한 디자인과
장비를 첫 번째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그랜드 체로키는 평균치
이상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후회는 크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 한 가지 더, 405km를 주행하면서
공인연비 11.7km/l와 큰 차이가 없는 11.1km/l의 썩 괜찮은 연비를 보여준 경제적인
면도 그랜드 체로키의 매력을 높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김준혁 기자 innova3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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