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메모리 가격…“조립 PC 사려면 메모리부터 사라”

최용석 기자
입력 2017.10.20 11:37
추석 명절이 지난 직후는 전통적으로 조립 PC 판매량이 증가하는 시기다. 특히 최근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조립 PC 신규 구매 또는 업그레이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PC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조립 PC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추석 연휴가 지난 직후 불과 수일 사이에 메모리 시중 판매 가격이 20% 이상 오르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이후로 PC용 DRAM 메모리 모듈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가장 많이 찾는 PC용 DDR4 8GB 메모리 모듈의 평균 가격은 9월초 8만4000원대에서 10월초 들어서 9만9000원대까지 올랐다.

특히 인기 있는 브랜드의 경우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취재 결과 삼성전자 DDR4 PC4-19200(2400MHz) 8GB 모듈의 판매 가격은 추석 연휴 직전인 9월말 기준 8만원대에서 9만원대를 형성했다. 연휴 직후인 10월 둘째 주에는 11만~12만원대 거래되며, 10월 3주 차에는 더욱 올라 13만원대까지 올랐다.

기업 대상 PC를 납품하는 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주 납품을 위해 250대 분량의 PC 부품을 구매했는데, 주말 사이에 메모리 가격이 개당 2만원, PC 1대당 2개씩 4만원 가량 올랐더라"며 "발주가 조금만 늦어져 이번 주에 주문했더라면 1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볼 뻔했다"고 말했다.

메모리 전문 유통업체 바이픽스 김인식 대표는 "이번 메모리 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발생한 현상으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며 "일각에서는 사재기 소문도 돌고 있지만, 그 이전에 오른 가격에도 제품을 달라는 거래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어 재고를 쌓아둘 상황이 못 된다. 당장 수입 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의 원인은 다양하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판매량이 급성장하면서 스마트폰용 모바일 DRAM 수요도 급증한 데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대량의 메모리 수요가 발생해 전 세계에 걸쳐 DRAM을 쓸어 담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DRAM 메모리 공급량을 당장 늘릴 수도 없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제조사는 이미 기존 DRAM 생산 설비 일부를 더욱 수익이 큰 모바일 DRAM 및 낸드플래시 등으로 전환해 DRAM 공급을 다시 늘리기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

DRAM 가격 상승은 다른 부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게임 시장의 활성화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고성능 그래픽카드 역시 '비디오 메모리'로 DRAM을 탑재하고 있는 만큼 가격이 서서히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전문 유통사 서린씨앤아이 김태왕 팀장은 "당장 조립 PC를 구매하거나 기존 PC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 있다면 메모리부터 먼저 확보해두는 것을 추천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메모리 가격이 오르고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먼저 사두는 것이 더 싸게 사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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