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예보는 숫자화해 자연현상을 읽어내는 대표적인 데이터(data) 기반 과학 활동이다. 전 세계 13,000지점에서 세계기상기구가 정한 코드대로 정해진 시각에 관측하여 송수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풍향, 풍속, 온도, 습도, 강수 형태, 강수량, 구름 종류와 분포 등 10여 가지 이상의 기상요소를 매시간 동시에 관측한다.

수신한 관측자료를 해당 지점에 기록하면 선도분석이 가능해진다. 비로소 고·저기압과 기압, 전선의 위치, 이동 방향을 비롯한 전 시간 대비 변화 등 정보(information)를 얻는다. 과거 100년 이상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수치모델에 적용하면 예보라는 형태의 지능(intelligence)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슈퍼컴퓨터를 다른 기관보다 먼저 도입한 곳이 기상청이다. 모든 자료를 종합해 판단한다. 애매할수록 더 치열한 토론을 거쳐 최종예보와 기후변화 예측이라는 지혜(wisdom)로운 결과물을 얻는다.

원초적인 데이터가 불량하고 판단이 왜곡되면 현상의 파악이나 그 예측을 바로 할 수 없게 된다. 해당 분야의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들은 불량 데이터를 가려낼 수 있는 판단력과 주의력을 가져야 한다. 한편 데이터로 처리한 결과를 해석함에도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개인과 조직의 목적, 정치적 목적으로 결과를 왜곡시키는 일을 너무 쉽게 목격하게 된다.

일자리에 대한 판단과 예측이 계속 어긋나면서 착시와 왜곡이 계속 일어난다. 새로 생겼다는 일자리가 제대로 된 일자리인지 아닌지 모호하며, 통계의 결과마저 왜곡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취업률이 최고이고 실업률이 최저라고 발표하는 날이었다. 제주의 해변도로를 운전하며 바람을 쐬다 바로 이런 왜곡의 현장을 목격하였다.

1차선 도로 건널목마다 할머니 2명씩 빨간 점퍼를 입고 신호 유도등을 들고 있었다. 형색을 보아 본인들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작은 사거리 코너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었다. 혹시 정부 예산으로 노년층에 일자리를 주었다는 것이 다 이런 식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야말로 일자리 불량 데이터 현장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정작 활기차게 일해야 할 30~40대의 진짜 일자리는 줄어들었을망정 전체 취업자 수는 늘었고 실업도 최저로 떨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정부가 복지성 일자리만 늘리다 보니 오히려 1분위의 소득은 줄고 비정규직이 오히려 늘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지 못해 소득이 줄고 있는 더 많은 사람을 빼놓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소득은 늘었다는 강변을 들으면 왜곡의 극치임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우리 경제가 견실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부실한 원천 데이터와 결과에 대한 해석의 왜곡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관측이 정확해야 날씨 예보를 잘 할 수 있듯이 데이터를 정확하게 읽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구글이 핏빗(fitbit)을 최근에 2조 4000억원에 인수했다. 스마트밴드 상용화에 최초로 성공한 업체다. 단순히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아니라, 이 회사가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그 플랫폼을 보고 구글이 그 어마한 돈을 지불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히딩크도 우리나라에 데이터 기반의 축구를 선보이며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전 세계 산업계는 바야흐로 데이터 기반 경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데이터 과학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빅데이터든, 스몰데이터든 데이터를 잘 모으고 가치 있게 활용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스마트해지는 길이다.

그러함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지속적해서 왜곡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말로 표방하는 것과 달리 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가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데이터의 전면적 개방, 데이터 과학자의 대대적 육성과 더불어 이들의 전문성은 물론 정직과 용기가 절실하다. 데이터 과학자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어느 영역보다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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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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