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의 합병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 사태로 현금 등 유동자산 확보가 곤란해진 것. 공장가동 중단 등으로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길 희망하지만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푸조시트로엥(왼쪽)과 피아트크라이슬러 로고. / 각사 제공
푸조시트로엥(왼쪽)과 피아트크라이슬러 로고. / 각사 제공
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양사는 4월 예정됐던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합병에 앞서 현금보유액을 늘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FCA의 경우 이탈리아 정부의 자동차 업계 지원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여러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총 4000억유로(한화 약 528조4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과 은행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FCA가 정부 지원자금을 받을 경우 합병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원대출을 신청하는 기업들에게 1년간 배당금 지급 승인을 자제할 것을 명시해서다.

FCA와 PSA는 2019년 11월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1999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탄생 이후 20년만에 성사된 자동차 업계 초대형 M&A다. FCA는 PSA와 신설 합병법인의 지분 50%를 나눠 갖기로 했는데, 이 계약의 일환으로 FCA는 55억유로(약 7조2650억원)의 특별 배당금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었다.

금융가에선 FCA의 지불 능력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FCA의 주가는 북부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2월 말 이후 45%가량 하락했다. PSA의 주가는 32%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양측이 합병 조건의 재협상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구조조정 컨설팅기업 알릭스파트너스는 202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1900만~2400만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평년 자동차 판매대수의 22~27%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올해 1000억유로(약 132조1000억원) 이상 현금흐름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