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아이들이 등교를 못하니 온라인교육을 도입하고 영상회의가 늘어난 것이 한국사회의 큰 변화 중 하나다. IT 강국이라고 하면서도 문화적인 이유로 안 바뀌던 것을 코로나19가 바꿔 놨다. 청와대는 게임으로 만든 청와대 경내를 어린이들이 찾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대학이나 호텔이 수년 전부터 입학이나 투숙 전에 사전 투어를 시키는 방식이다. 해마다 해온 어린이날 행사를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를 집단으로 초청할 수 없으니 나온 고육지책이다. 한 오락 프로그램은 세계 관객들을 영상으로 연결해 랜선(LAN Cable) 공연을 하기도 했다.

십 수 년 전 중국산 제품이 범람하는 세상의 변화를 실감토록 한 리얼리티 다큐 프로그램이 있었다. 중국산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한미일 3국의 세 가정을 선정해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한달 간 살아보기’를 한 것이다.

한국 가정은 우산이 없어 세탁소 비닐을 뒤집어 썼고, 일본 가정은 70%나 되는 중국산을 골라내는 데 이틀이나 걸렸다. 미국 가정은 장난감, 커피머신, 컴퓨터 등 일상의 중요한 것들을 다 뺏겨 신경을 곤두세웠다. 쇼핑몰을 이미 중국산 전자제품이 장악해 새로 구매할 수도 없었다. 중국산 제품이 없이 살기가 거의 불가능함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기회였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이 빠르게 전파되자 사이버세상 속 비즈니스 모델과 경험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 중 ‘세컨드라이프’라는 회사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찾아와 집도 만들고, 광고판도 만들고, 소셜활동도 하고, 비즈니스 하는 가상의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기술적으로는 리니지같은 온라인게임과 유사하나 가상 세상에 참여해 같이 만들고 경험하도록 하는 게 다르다. 반면에 게임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대로 빠져들도록 한다.

여기에 사회문화적 배경이 깔려 있다. 우리 문화는 정해진 길을 잘 따르도록 강요하는 반면에, 서양의 문화는 다양한 상상을 유도하고 참여해 같이 협업하도록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상이 많이 바뀔 것 같다. 그 변화를 예측하고 빠르게 변하는 기업은 살아 남을 것이며, 아니면 망하고 말 것이다. 문화와 교육의 영향으로 우리가 IT의 발전과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상상하고 대응하는데 한발 늦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에 혼자 사는 모 교수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벌써 두 달째 두문불출 집안에서만 머문다. 방학 때만 한 과목 정도 했던 온라인 강의를 전부 한다. 영상회의도 하고 논문 읽기 쓰기도 집 안에서 한다. 마트에 가는 대신 재료를 모두 온라인으로 시켜 안 하던 요리를 열심히 한다.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도 온라인으로 주문해 해결한다. 옷을 살 일도 없고, 세탁도 줄었다. 온라인으로 한국 TV도 보고 영상으로 모여 노래도 같이 부르고 음악 영화 감상도 같이 한다. 집안에서 약간의 운동을 한다. 밖에 안 나가니 시간은 더 많이 남는다. ‘세컨드라이프’에서 시도했던 것을 ‘리얼 라이프’에서 하는 셈이다.

유치원생을 키우는 내 딸도 아예 마트, 슈퍼, 시장, 백화점을 가지 않는다. 쌀, 육류, 생선, 채소, 과일 등의 식재료는 물론, 옷, 도서, 장난감, 빵, 아이스크림 등 온라인과 전화로 못 사는 게 없다. 그 것도 소량, 새벽 가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다 배송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치 않으며 집안에서만 살아도 전혀 불편을 못 느끼고 오히려 여유를 즐기는 듯 하다.

세상은 이미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컨택’(Contact:접촉 또는 대면)에서 ‘언택’(Untact:비접촉 또는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사업이 뜨고 상당히 많은 사업이 사라질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여러 의류회사, 백 년이 넘은 대형 백화점들이 파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다.

일자리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전환 계획이나 준비를 위한 말미도 주지 않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망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이 늘어 날 것이다. 그야말로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런 큰 물결이 다가오고 있는 데도 정부는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만을 정부 역할로 착각하는 듯 하다. 미래부처가 명실상부하게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전환을 제대로 뒷받침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관점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고 대비할 능력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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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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