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요청으로 몇몇 청년 창업자들을 컨설팅할 기회를 가졌다. 공통적인 특징은 비즈니스 모델이 한결같이 ‘훌륭하다’(great idea)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알게 된 것은 이들이 성공하기까지 갈 길이 한참 멀다는 점이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매 단계에 대한 검증이 아예 없거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속도가 빠른 게 중요하다지만 이것은 아니다. 어쩌면 어떤 단계별로 어떤 장애를 넘어야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는 듯하다.
우선 사업 아이디어 대로 제품이든 플랫폼이든 서비스든 구현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시장이 생각한 대로 반응하는지 실험을 해 봐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실패로 판단하면 빨리 접든지, 원래 생각을 수정하든지 해야 한다.
시장에서 반긴다 해도 끝이 아니다. 결국 기업은 궁극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니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며,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한 돈을 어떻게 회수할 건지 분석(RoI: Return on Investment)을 해야 한다.
사회적 사업이거나 자선사업이 아니라면 모를까 그저 좋은 일이고, 재미있는 일이라서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비고비마다 필요한 일들을 짚을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창업가들이 성공을 거두기 힘든 것은 이 과정에 대한 점검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 창업 뿐만 아니라 중장년 창업을 권장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다보니 여러 국가정책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른다. 국가 돈(세금)으로 정책을 펼칠 때에도 기업 창업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검증해야 한다.
현장(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가릴 것 없이)을 관찰해 보면 특히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출발해 정부에 들어와 일하는 사람들의 한계가 뚜렷히 보인다. 평생 큰 일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성공적으로 수행할’(execution) 요인들을 챙기는 훈련들이 전혀 안 되어 있는 듯 하다. 실무 담당자들이 잘못 챙기면 위라도 챙겨야 하는데 이런 DNA가 없다.
마치 많은 젊은 창업자들에서 보듯이 생각과 뜻은 정말 좋은데 성공시킬 힘이 부족하다.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지난한 고통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적당히 정책이라 내세우고 소요 예산을 갖다 붙이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니 효과도 없이, 또 스스로 내세우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세금을 마구 쓰는 것이다. 심지어 내세운 목표와 거꾸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산율을 높인다고 100조원도 넘는 돈을 퍼부었는데 출산은 가파르게 준다. 재래시장을 살린다고 수조원을 썼는데 재래시장은 오히려 점점 더 쇠락해진다. 일자리를 늘린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는데 취업은 줄고 실업도 빠르게 는다. 노동자들을 위하는 여러 정책을 강행했는데 노동자의 삶은 더 팍팍해 진다.
실패 후에는 꼭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불과 몇 달, 몇년 앞도 예측하지 못하면서 남 탓을 하기 일쑤다. 애초 목표가 잘못된 건지 정책을 잘못 만든 건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기업에서 일을 할 때다. 사업 책임자들에게 ‘목표 달성이 안 된 이유나 분석이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할 방안을 가져오라’고 늘 요구했다. 정책 당국자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다.
더구나 그 의사결정권자로 경험도 없고 자리에 맞지도 않는, 자기네 사람들을 수도 없이 앉혀 놨으니 잘 돌아 갈 수 없다. 현장의 공무원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그 폐해를 하소연한다. 만일 국가의 미래나 이익보다 다른 ‘콩고물’에 관심이 있거나 정권의 유지, 연장에만 더 매몰된다면 그 후유증은 정말 최악일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 [김홍진의 IT 확대경] 4차산업혁명 이후의 복무 규칙을 다시 짜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경륜 많은 구닥다리보다 불안한 청년 세대의 소통 방식을 택했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법 만능주의와 과잉 입법의 폐해
- [김홍진의 IT 확대경] 환경 운동이 님비 불러와
- [김홍진의 IT 확대경] 레고블록을 보며 미래의 일과 일자리를 생각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IT를 정치권의 홍보 수단으로 삼지 마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2030세대가 미래를 지켜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교육 평준화 정책 재고해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기업 인력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기업이 뛰어야 나라가 산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공공 주도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일론 머스크의 혁신 DNA와 테슬라 따라잡기
- [김홍진의 IT 확대경] 채용 절벽 온 김에 수시채용을 확산시켜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교육부는 교육 격차 해소에 나서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불편한 NDA(Non-Disclosure Agreement) 문화
- [김홍진의 IT 확대경] 과학적인 정부를 원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나라 돈에 무감각한 사람들
- [김홍진의 IT 확대경] 부자를 꿈 꿀 수 없는 나라
- [김홍진의 IT확대경] 데이터를 조금만 봐도 알 텐데
- [김홍진의 IT 확대경] 4차산업혁명 시대의 리더
- [김홍진의 IT 확대경] 자산을 축적할 사다리를 걷어 차지 마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혁신의 리스크를 수용하지 못하는 나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버그’ 투성이인 검찰총장 징계 프로그램
- [김홍진의 IT 확대경]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 [김홍진의 IT 확대경] 유니콘기업은 소망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후진적 인사 시스템 혁신이 시급하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전월세는 어디서 구하나
- [김홍진의 IT 확대경] 수요공급의 기본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 [김홍진의 IT 확대경] 스마트시티 전략에 사람과 문화가 빠져 있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공공 음식배달서비스 가당치 않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통신 산업이 정상화 되어야 미래가 열린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코로나와 전투가 아니라 전쟁을 치러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재택’이 전가의보도가 아니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내 방으로 다 오라고 하세요"
- [김홍진의 IT 확대경] '일희일비' 없는 상시적 팬데믹 전략을
- [김홍진의 IT 확대경] 상시적 팬데믹 시대 '기존 사무실 개념은 잊어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수도와 혁신도시 이전
- [김홍진의 IT 확대경] 코로나발 교육격차 해소 정책 '발상의 전환'을
- [김홍진의 IT 확대경] 정책 포장용 5G '이제 그만!'
- [김홍진의 IT 확대경] 조직 운영은 프로 구단처럼
- [김홍진의 IT 확대경] 종이 인쇄와 첨부 파일을 없애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한국형 뉴딜' 계획 샅샅이 들여다봤건만….
- [김홍진의 IT확대경] 국가 지도자는 IT 기반 미래 상상력을 가져야
- [김홍진의 IT 확대경] 실리콘밸리 부러우면 노동유연성을 높여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부동산 정책 제대로 만들려면 프로그래머한테 배워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사회주의적 경제관 무심코 들킨 대선주자들
- [김홍진의 IT 확대경] 어쩌란 말이냐 이 모순을
- [김홍진의 ICT 확대경] 비용 개념이 없는 대한민국
- [김홍진의 IT 확대경] 국가는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태계 구축에 매달려야
- [김홍진의 ICT 확대경] '한국형 디지털 뉴딜' 반드시 이것만은
- [김홍진의 ICT 확대경] '집 안에서만 살기' 실험 기회를 준 코로나19
- [김홍진의 ICT 확대경] 노동자 아닌 로봇이 주류인 세상이 온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한글도 국어학자만이 지키는 시대는 지났다
- [김홍진의 ICT 확대경] 선거 때마다 디지털 활용 뒤진 보수
- [김홍진의 IT 확대경] 온라인교육 처음부터 새로 디자인하라
- [김홍진의 ICT 확대경] 코로나 전쟁 복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
- [김홍진의 ICT 확대경] '온라인 개학'을 미래 교육 환경 준비 기회로 삼기를
- [김홍진의 IT 확대경] 코로나 퇴치에 급여 반납 '감성팔이'보다 '디지털 활용'을
- [김홍진의 IT 확대경] 컴퓨팅 파워가 국력인 시대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아마존이 왜 고객에 집착하는지 배워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시대 변화와 국가 규모에 걸맞는 정책이 아쉽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공유를 일상화해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IT 조직 위상부터 높여야 한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인공지능 콜센터도 금지할 텐가
- [김홍진의 IT 확대경] 제로페이 그 무모함과 무지에 대하여
- [김홍진의 IT 확대경] 4차산업혁명발 '일자리 불안'에 기름까지 부은 정부
- [김홍진의 IT 확대경] 데이터 과학자들의 전문성과 정직이 절실하다
- [김홍진의 IT 확대경] 교육부는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보라
- [김홍진의 IT 확대경] IT 기반 혁신을 돕기는커녕 발목만 잡아서야
- [김홍진의 IT 확대경] 기울어진 노동환경, IT로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