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전월세는 어디서 구하나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11.12 06:00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시장과 고객의 정확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무리 제품과 기술이 좋아도 시장과 괴리되어 있으면 성공의 길은 멀다. 전략이나 정책 또한 작동할 수 없다. 지금 부동산정책이 그런 상황으로 보인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가 2012년 통계발표 개시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상반기에 100~110 사이에 머무르던 지수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치솟아 130을 넘기고 있다.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 부족이 최고조에 달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세값도 71주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특출한 대책이 있다면 지난 발표 때 다 포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묘책이 없다는 자포자기성 발언으로 들린다. 부동산시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시장에서 작동하는 대책을 내놓지 못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월세는 주택 구입 능력의 부족 뿐 아니라 다양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주거 형태이다. 원격지의 직장, 타도시 유학, 지방에서 살아보기, 자금활용 목적 등으로 택하게 된다.
전월세는 기본적으로 다주택자가 그 공급자가 된다. 그런데도 다주택자를 불량시민으로 취급하며 공직에서도 쫒아내고 징벌적과세로 다주택 상태를 해소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러니 전월세 물건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조기 증여, 똘똘한 한 채 지키기, 가격을 낮춰 처분하기를 택하고 있다. 당연히 추가 주택 청약이나 구매는 할 수 없다.

정부의 기본 정책은 1가구1주택 만 보유하라는 것이다. 세금을 못 견뎌 시장에 나온 주택은 ‘영끌’이라도 한 구매자의 손으로 넘어 가거나 매물로 남아 구매자를 찾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극단적으로 시장에는 전세든 월세든 임대주택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적어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니 전세수급지수가 높아지고 전세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똘똘한 한 채에 해당하는 지역의 주택 가격 또한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주택의 가격 상승, 전월세의 품귀와 가격 상승, 징벌적 과세 등으로 서민들의 주거의 자유마저 흔들리고 있다. 세컨하우스는 관두고 이사도 제대로 갈 수 없는 현실이다.

주거용 주택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시장에는 다른 형태의 위기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다. 식당, 의류, 화장품, 잡화 등 소매업 부동산이 심상치 않다. 평상시 10%도 안 되는 매출로 폐업이 속출하고 고사직전인 소매업자가 늘어나면서 임대 시장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문 닫을 지경의 사업자들이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임대인 또한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금융비용,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진다. 플랫폼 사업자(통으로 임대해 나누어 재임대하는 중간 사업자)나 부동산업자도 부도의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정치권은 중소상공인들이 고액 임대료를 호소하면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낮출 것을 압박하고 있다. ‘착한 임대인’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진단도 아니고 근본적 대책도 아니다.

IMF 이후에는 이런 식으로 연쇄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어려워져 많은 건물의 주인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일하던 직장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보증금도 못 받고 쫓겨난 경험이 있다. 강남의 제일 큰 건물도 외국인의 손에 넘어 갔다.

캐나다에서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임대인에게만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같이 넘기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임차인은 25%만 부담하고, 임대인은 25%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에 정부가 50%를 부담한다.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대책인 것이다.
임대료가 비싸거나 임대 계약 조건이 부당한 것이 아니라 경기 침체와 코로나 여파로 사업이 안 되는 것이 근본 원인인 것이다. 캐나다에서 파악한 것처럼 임대인과 임차인이 다같이 힘 든 것이다.

토지와 건물이 공공재의 성격이 일부 있다고 해도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의 역할을 부정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사고로는 정책 목표와 점점 반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상가 임대인과 다주택자를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한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니 23차례 대책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똘똘한 지역의 가격을 잡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주택 가격이 높은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무작정 신도시를 건설하고 지방에 혁신 도시를 많이 만든다고 인구의 분산과 균형발전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똘똘하다고 여기는 여건을 갖춘 지역을 몇 개라도 늘려야 가격도 잡고 지역균형발전도 달성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주거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주택과 상가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미국의 주요 IT 기업과 대기업들은 코로나로 수개월 째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도 상시적 근무형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나 맨하탄 지역은 주택가격이 20~30%씩이나 떨어 지고 있다. 굳이 회사 근처에 거주할 필요 없는 젊은 층은 멀리 떠나 덴버의 스키장 지역으로 가 넓은 주택을 얻어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며 일하기도 한다고 한다.

주택이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이념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을 잘 못 이해하며 강압적으로 일부를 부도덕한 세력으로 몰아가며 뜻을 이루려 하면 실패한다.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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