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최강의 수업’ 이 책은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영화, 소설 속 AI처럼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의 질문을 제법 잘 알아듣고 단시간에 대답하는 점은 놀랍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영화, 소설 속 AI가 현실이 될 날도 머지만은 않아 보인다.

모두가 AI를 희망적인, 낙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때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의 시선은 그보다 너머를 향한다. 개념이 모호할 때부터 AI를 공부하고, 숱한 제자들과 함께 한국 AI 업계를 일궈온 주역이 김진형 교수다.

AI 최강의 수업 / 매일경제신문사
AI 최강의 수업 / 매일경제신문사
김진형 교수는 한국이 제대로 된 AI 시대를 맞으려면 원리와 핵심 기술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갖춘 후 최신 이슈를 분석해야 AI를 올바로 이해하고 잘 쓸 수 있다고 믿는다.

모두가 글을 짓는 기계를 보며 놀라워할 때, 김진형 교수는 그 원리와 핵심 기술을 주목했다. 어떤 기술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기계가 우리 앞에 글을 지어 내놓는지를 설명한다.

이렇게 AI를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면, 이제껏 놀라기만 했던 감정이 조금씩 바뀐다. 결국 AI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것. 그렇기에 한계도, 더 발전할 부분도 있다. AI 최강의 수업 책 속에 이를 간파할 열쇠가 숨겨져 있다.

AI 최강의 수업, 이 책을 쓴 김진형 저자에게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AI와 최강의 수업? 이 책의 저술 동기를 알려주세요.

-많은 분들이 ‘AI’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는다. 사실 AI는 기술 요소가 강한 부문인데, 언론이나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기술 요소가 쏙 빠져있다. AI가 세상과 미래를 바꿀 것처럼만 이야기한다. 이를 듣고 ‘AI의 본질’을 알게 해야 한다는 욕심이 생겼다.

AI를 제대로 배우려면 여러 학문을 해야 한다. 이것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4학년 즈음에 배우는 과정인데, 쉽게 쓰려 했다. 가급적 인문사회학도도 읽을 수 있게, 과학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을 읽고 AI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후 깊이있는 배움을 할 수 있게 썼다.

회사에서는 기획 업무를 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고 ‘AI가 이런거구나, 업무에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생각할 수 있게 썼다. 모든것은 이해할 수 없더라도, AI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썼다.

공과대학 정도의 수준이다. 나라를 운영하는 분들, 공무원과 정책 입안자가 용어로서의 AI가 아닌, AI의 본질과 기술의 한계, 능력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쉽게 썼다. 인문학 전공자들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수식은 거의 쓰지 않은 만큼 관심만 가진다면 읽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Q2. AI로 영상을 인식하는 CNN 기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AI가 잘하는 것이 ‘신호를 처리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실 기존 방법이 너무 효과가 떨어졌던 것이다. 신호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떤 중간과정을 거치도록 코딩해야 할 지 몰랐다. 신경망은 입력부와 출력부만 설정하면, 중간 과정은 스스로 만들어서 의사결정한다. 그러니 정말 다루기 쉽다. 데이터와 결과만 넣으면 중간 과정은 AI가 추론한다.

사실, 이것을 현실화할 가능성은 1950년대에도 있었다. 처음 컴퓨터를 공부할 1970년대에도 연구 중이었다. 이 때 느꼈다. 사람이 아는 지식은 코딩해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코딩해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신경망 기법은 그 중간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법이다. 한쪽에 영상을 보여주고, 한쪽에 피사체가 뭔지 알려주면 중간 과정은 스스로 추론한다.

그러면, 50년 전에 왜 아직까지 안됐느냐, 여기에는 고도의 계산과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훈련을 시키려 해도 엄청나게 많은, 수백만개 이상의 데이터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이 데이터가 없어서 시도를 못했다.

데이터가 부족하면, ‘배운것은 잘 하지만, 배우지 않은 것은 못하는 일’, 즉 ‘일반화를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지금까지는 데이터도, 연산 능력도 부족해 AI가 일반화를 잘 못했다.

1960년대 컴퓨터는 능력이 빈약했다. 신경망 작업을 수행할 단계가 1층 정도였다. 2층도 구현 못했다. 1980~1990년대에 2층, 3층 정도로 쌓을 수 있게 좋아졌다. 이 시기 카이스트가 배출한 AI 박사들 대부분이 2층, 3층 신경망을 연구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에는 이 층이 급격히 늘어 100층, 200층으로 늘었다. 컴퓨터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 최근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고 컴퓨터의 연산 능력도 좋아져 AI의 일반화 능력이 좋아진 것이다.

Q3. 기계학습,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딥러닝의 취약점은 무엇일까요?

-딥러닝에는 많은 데이터, 초고도의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이들은 연구 시도조차 못한다. GPT-3라는 ‘이야기를 만드는 신경망’은 훈련 한 번 시키는데 120억원이 든다. 컴퓨터 한대로 GPT-3를 훈련시키는데 120억년이 걸린다. 그정도로 천문학적인 리소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계산을 줄이고 결론을 낼 방법을 업계가 탐구하기도 한다. 데이터 주인들이 좀처럼 AI를 살찌울 데이터를 공개·공유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가장 큰 문제라면, AI가 아직 사람과 소통하는데 서툴다는 점이다. 대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에는 목적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먼저 파악한다. 이어 설계와 구현, 테스트를 거쳐 출시한다.

딥러닝으로 가르친 시스템은 ‘할 수 있는지’를 잘 말하지 못한다. ‘뭘 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하고 그저 ‘데이터를 보세요’라고 대답한다.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할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즉, 딥러닝은 사람이 이해하는 언어로 대답하거나 소통하는 데 문제가 있다. 딥러닝의 성능은 좋지만, 설명은 못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설명까지 잘 하는 AI’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Q4. 아직 최고의 인공지능은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연한 이야기다. AI라고 하면, 일반인들이 꿈꾸는 것, 사람보다 의사결정을 잘 하고 감정도 표현하고 이른바 ‘슈퍼 인텔리전스’, 사람이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를 꿈꾼다. 이건 아직 멀었다. 100년이면 될 지조차 모르겠다.

우리가 쓰는 딥러닝을 현장에서 원활하게 쓰도록 하려면 많은 엔지니어링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대만에서 모 자율주행차가 쓰러져 있는 트럭을 들이받은 사건이 있었다. 그 AI는 ‘트럭이면 바퀴가 있어야 하는데, 바퀴가 없으니 이건 트럭이 아니라 하늘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딥러닝이 만능이 아니라는 증거다.

AI가 공학적으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래서 AI는 완성되지 않았고, 더 연구해서 개량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Q5. 저자로서 독자가 꼭 읽었으면 하는 문장을 두개 선정해주세요.

-’AI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공유해야 한다. 지금 당장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기업 담당자나 현장 인원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AI를 과대평가하면, 아직 할 수 없는 것을 시도해 작업을 실패한다. 반대로 옛날 저성능 AI를 연상해 과소평가하면 AI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놓치고 작업을 성공할 기회를 잃게 된다.

나는 엔지니어다. 현장에서 문제를 푸는 것을 덕목으로 여긴다. 따라서 ‘AI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 최근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두고 AI가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모른체한다면? 그래서는 안된다. AI가 문제를 푸는데 나서야 한다.

실제로 AI가 문제를 푸는데 직접 나서, 10년 이상 걸리던 신약 제작 절차를 단축시킨 사례가 있다. 현장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AI의 역할이다.

‘엔지니어’도 육성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AI 인재를 키우자는 목소리가 높다. 정확히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기초 과학에도 AI가 필요하다. AI를 많은 산업계에 대입하려면, AI로 문제를 풀려면 AI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강조한 말이다.

'AI 최강의 수업' 김진형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김진형은

한국을 대표하는 AI 과학자이자 카이스트 명예교수 및 중앙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한다. 주력 연구 분야는 AI 중에서도 베이지안 네트워크, 신경망과 패턴인식이다. 1973년 KIST에서 일한 후 UCLA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휴즈 연구소를 거쳐 1985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인공지능연구실을 이끌었다.

김진형 교수가 육성한 한국 AI 석·박사 전문 인력은 100명에 육박한다. 카이스트에서 학과장, 인공지능연구센터 소장, 소프트웨어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인공지능연구원 등의 수장으로 일하며 한국 AI 부문의 기틀을 닦은 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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