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이나 투자 계획을 세울 때 마지막으로 챙기는 것이 진입장벽이다. 새로 시작하는 쪽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으면 시작이 어렵고 낮으면 사업을 보호받기 힘들어진다.
익히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두 세 배에 달한다. 550만명 정도의 자영업자가 활동하고 있다. 경제상황 특히 금년처럼 코로나 같은 특수 요인에 따라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그 중 1년 동안 100만명 정도가 창업과 폐업을 한다. 1년 동안의 변동률이 18%에 달하는 것이다. 5년 동안 합치면 자그마치 90%에 달한다. 창업해서 5년 내에 폐업하는 비율이 45% 정도 된다는 계산이다. 뚜렷이 할 일도 마땅치 않은데 진입장벽이 낮으니 쉽게 시작했다 쉽게 망하는 꼴이다.
반면에 4차산업혁명 관련 상장기업 교체율은 5년간 14.4% (미국 36.6%)에 불과하다. 혁신 기업이 부족하거나 타다의 경우처럼 혁신기업이 기존산업계에 진입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뜻이다.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져 혁신경제를 아무리 강조해도 활성화 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무모한 창업으로 털리고, 혁신 기업들은 자리를 잡을 수 없으니 새롭게 자산을 축적하는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니 기존 중산층은 무너지고 새로운 중산층이 생기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존에 축적하고 있는 자산가들의 자산가치 만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중산층까지 질 좋은 임대주택에 살게 하겠다는 정책은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집값만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청년이나 무주택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작은집에서부터 늘려가며 자산을 축적하는 길을 차단하는 것이다. 기존 보유자들과의 자산의 갭이 점점 벌어져 희망이 없고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는 잘못된 정책이다.
기초 보호대상자들에게는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중산층까지 집 살 필요 없이 임대주택에 살면 된다 할 것이 아니다. 최초 구매자에게는 장기간 거주 조건으로 일반 분양에 비해 과감한 할인과 장기간 융자를 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주택이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어 온 역사를 무시하고 주택은 주거 목적이어야 한다고 국민들을 계도할 일이 아니다. 계층별로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
노동정책, 산업재해 정책처럼 노동자들의 삶을 질을 향상시킨다고 하는 정책 역시 정책 목표와 다르게 노동자들의 자산 축적의 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 로봇과 자동화 기기가 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근무 시간에 연동되어 있는 근로자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직도 현실에서는 근무 시간을 초과 하더라도 수입이 늘어나기를 희망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사업주와 노동자 쌍방의 요구와 동떨어진 일방적인 법 적용을 자제하여야 한다.
빈번히 일어나는 택배노동자들의 사고도 사업주의 책임 뿐 아니라 수입 때문에 일을 줄이지 못하는 노동자의 안타까운 현실이 투영된 결과이다.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 대책,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책, 산업재해 정책, 주택 정책, 혁신경제 정책 등이 목표한 대로 전개되지 않고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세상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재단하고 ‘이래야 한다’고 밀어 붙이니 현실과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모든 정책은 중산층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방향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이전소득과 복지성 지원으로는 서민들이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없다. 힘들더라도 조금씩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언젠가는 잘 살 수 있다는 소망뿐 아니라 그런 길이 보여야 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자산 형성을 가로막는 장벽을 높이고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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