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나라 돈에 무감각한 사람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1.02.04 06:00
한 강연에서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총인구가 줄기 시작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것임을 강조했다. 벌써 정원 미달인 대학이 늘고 있으며 서울에서 거리가 멀수록 심각하다는 예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나주에 한전공대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정치 관련 유무는 알 수 없으나 호남에도 포항공대나 울산과학기술대학교 같은 명문대학이 생기는 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 답했다. 문제는 포항과 울산 같은 배후도시와의 상호작용이다. 포항제철, 현대조선 같은 대기업이 배후에 있어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정부에서 8000억원을 들여 설립하는 것 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한지 확실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지방대학이 아니라 명문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적자 상태인 공기업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노동, 산업재해, 이익공유, 방역손실보상 등을 이유로 정치권과 정부가 기업의 사업 모델과 경영에 주저 없이 개입하고 있다. 더구나 필요하다고 여기는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고 기업 활동 전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특히 돈의 규모나 흐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며, 목표 달성을 위한 ‘경제적 후과’에 대해 무지하다.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노동 조건 강화(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제, 비정규직철폐)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총비용이 얼마인지,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분석도 없이 명분으로만 밀어 붙여져 여러 부작용,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에 영향을 미쳐 기업의 수익 모델을 바꾸고 있다. 심지어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수년째 논의되고 있는 산업재해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도 그렇다. 특히 최근 택배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치권이나 사회단체는 자신들이 제시한 방안이 기업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밀어 붙일 뿐이다.

택배기사들이 하던 선별작업을 기업이 맡기로 했다. 기업은 선별작업 인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제일 큰 업체의 경우 이 비용으로 이익의 60%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한편 택배기사의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제한하고 야간배송을 금지 시켰다. 시간 제약으로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는 낮아 졌으나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건당 처리비용 인상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있다. 한편 야간 배송 금지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제한하게 된다. 특히 신선식품을 위한 야간 배송은 유통업계의 발전을 이끌어 오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택배기사의 노동강도를 낮추는 결정은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시킨다. 제한을 모두 수용하면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나빠져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아니면 택배 비용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한편 택배기사들은 노동강도 낮아진 대가로 수입이 줄어드는 걸 걱정하게 된다.

유통, 물류 산업을 축소시키는 결과도 초래한다. 기업은 사업을 신장시키기 위해 기회를 좇아야 하는데 정치권에 의해 제한 받게 된 것이다. 결국 국가의 물류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기업의 경제활동은 사회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싹을 키우는 일이다. 일본 공항에 내린 승객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가 발달되어 있어 큰 짐을 직접 들고 이동하지 않는다. 어디서라도 집까지 부치면 된다. 심지어 골프나 스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장비 없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이렇듯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에게는 사업 기회를 늘리고 고객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한다. 정치권이 함부로 사업의 프로세스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보상법을 만든다고 한다. 국가가 방역을 위해 사업을 제한한 결과로 생긴 손실을 보상하는 걸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한 달에 최대 24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채권을 발행하거나 한국은행이 돈을 찍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보상의 대상, 범위, 규모, 기간 등의 고려 없이 법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쟁, 재난, 질병 등의 긴급 사태에 국가가 개인이나 기업을 제약하는 상황에 지원을 넘어 국가가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법 만능주의다. 총리가 신중론을 펴는 주무부처에 소리를 지르고, 당과 정부가 갈등을 일으키고, 대선주자끼리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상 이전에 개인의 사업에 개입을 최소화 하는 스마트한 방역을 해야 한다. 돈을 퍼 붓더라도 보상이 아니라 사전 방역에 투입해야 한다.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바 없고,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는 관심도 없다. 기업을 활성화 시킬지 위축시킬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필요한 일이면 밀어 붙인다. 세상 모든 일이 좋아 보이고 지지 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여러 여건들을 살피지 못하고, 필요하고 좋아 보이는 일에 돈을 마구 쓰면 미래가 없다.

5060 세대가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면 이 시대의 청년들은 나라 돈을 지키는 일에 눈을 떠야 한다. 빚 내서 마구 쓰여지는 돈은 미래에 자신들이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