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제17대 한국과학원(KAIST) 신임 총장이 임기 내 포스트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I가 일상화한 세상에 집중해 한 발 앞선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18일 IT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4년 임기 안에 ‘포스트 AI’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포스트 AI란 현재 연구하는 AI 기술을 넘어 AI가 일상화한 시대에 필요한 선진 기술을 칭한다.

이광형 KAIST 신임 총장 / 조선DB
이광형 KAIST 신임 총장 / 조선DB
이 총장은 "세계 1류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연구하는 AI 기술만 따라가선 안 된다.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며 "KAIST는 지금 연구되는 AI가 일상화한 세상을 상상해 거기에 필요한 과학 기술을 한 발 앞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과거 KAIST에서 창의적인 학문과 신 성장 분야에 집중했다. 2001년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주장하며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설립했고, 2013년에는 한국 최초의 미래학 연구기관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세웠다. 총장 취임 후 포스트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술 동력 마련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 총장은 "KAIST의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이 목표다"며 "KAIST는 질문하는 인재를 기르고 싶다. 질문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기 때문이 질문형 인재 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KAIST 대전 본원 정문 / KAIST
KAIST 대전 본원 정문 / KAIST
이 총장은 서울대학교와 KAIST에서 산업공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응용과학원(INSA) 리웅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도 받았다. 1985년 KAIST 전산학 교수로 임용된 후 2월 바이오및뇌공학과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산업 초빙 석좌교수로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이 총장은 1990년대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넥슨)와 김영달(아이디스), 신승우(네오위즈), 김준환(올라웍스) 등 1세대 벤처 창업가를 배출했다. 교학부총장을 비롯해 교무처장, 국제협력처장, 과학영재연구원장, 비전2031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교내외 주요 보직을 거쳤다.

그밖에 미 스탠퍼드 연구소 및 일본 동경공대 초빙교수, 퍼지지능시스템학회장, 한국생물정보학회장, 미래학회장, 국회사무처 과학기술정책연구회장, 미국 전기전자학회 산하 인공지능학회 한국분과 의장, 국회 국가미래전략최고위과정 책임교수 등으로도 활동했다.

이광형 KAIST 신임 총장 / KAIST
이광형 KAIST 신임 총장 / KAIST
이 총장은 교육부 장관 동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임기는 23일부터 4년이다.

한편, KAIST 이사회는 이날 오전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 5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제271회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17대 총장으로 이광형 교수를 선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호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선임을 유력시하기도 했지만 정치 관여가 적고 수평적 리더십에서 이 총장이 강점을 보이며 최종 선임됐다.

KAIST 학내 한 관계자는 "전임인 신성철 총장이 버클리대학교와의 국제 협력 과정에서 연구비 횡령으로 수사를 받은 적 있다. 지난해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학내에선 이를 부담으로 느낀 것 같다. 신 총장이 전임 정부와 연관이 있다 보니 정치적 부담도 있었던 것 같다"며 "김정호 교수가 초기에 유력하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현 정부 1기 자문위에 참여하는 등 정치색이 있는 데다 연구처장 시절 학내 기술 유출 문제가 있던 것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내에선 김 교수가 중앙 집권적인 리더십을 보인다면 이 총장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연구를 지향하다 보니 이같은 리더십 차이도 총장 선임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