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부업·프리랜서 확산이 기업의 조직구조 변화를 가속화 한다. 피라미드 형태 조직을 고집하던 전통 대기업은 업무 효율성 하락에 조직 변화 물결에 올라탔다. 2018년 일본 정부 주도로 시작된 부업 확산은 단순한 개인의 수입 증가를 넘어 직원 개개인의 미래준비를 위한 시작점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는 모습 / 야후재팬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는 모습 / 야후재팬
일본매체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부업 확산이 기업 조직구조는 물론, 기업과 조직원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직 구성원인 개개인의 생각과 기획안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 대부분은 종신고용·연공서열 등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기업문화를 고수해 왔다. 결과는 생산성·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2018년에는 OECD 1인당 노동생산성 지수에서 한국보다 뒤쳐졌다.

실적·생산성 하락은 기업의 조직구조 변화를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지 부업·프리랜서 확산 역시 기업의 조직구조 변화 고민 속에 탄생된 사회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취업정보업체 마이나비에 따르면 일본 내 부업을 인정하는 기업 비중은 2020년 10월 기준 전체의 49.6%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야후·라인 등 IT기업은 물론 닛산·파나소닉·아사히·산토리 등 전통 제조 대기업도 차례차례 직원들의 부업을 인정함과 동시에 타사 부업인재 영입에 나선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업 인정을 통해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공유하는 것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

부업·프리랜서 확대는 기업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도 제공했다. 현지 문구업체 코쿠요는 비대면 재택근무 부업인재 영입을 통해 올해 1월 전년 대비 3배 늘어난 4500개의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유통했다.

코로나로 촉발된 비대면 재택근무 확대도 부업·프리랜서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취업중개업체 랜서즈에 따르면 일본에서 부업에 참가한 직장인 수는 2020년 기준 409만명, 이 중 2개 이상 기업과 계약해 부업을 진행한 직장인은 28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정부주도로 부업 트렌드가 일반화된 일본에서는 자신의 미래 준비를 위해 부업을 하는 사람이 증가세를 보인다. 실업과 기업 실적하락으로 줄어든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넘어 직업 스킬을 쌓고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든 직장인이 늘었다는 것이다.

헤드헌터업체 ix텐쇼쿠는 자체조사를 통해 연봉 1000만엔(1억613만원) 이상을 받는 직장인이 지식과 경험을 얻기 위해 부업에 참가(26.1%)한다고 분석했다.

ix텐쇼쿠 한 관계자는 "연봉 1억원이상 고소득 인재는 본업활동을 통해 얻은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부업을 선택해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며 "고연봉자들은 본업을 얻지 못한 경험을 부업을 통해 쌓고 있으며, 부업으로 얻은 경험을 다시 본업에 반영해 더 높은 업무성과를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피스용품업체 카우넷이 직장인 12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7%의 직장인이 ‘본업에서 얻지 못하는 지식과 경험을 얻기 위해' 부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22.2%의 직장인은 ‘자신의 캐리어와 업무 스킬을 높이기 위해' 부업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IT업계 이직을 위해 부업에 뛰어들었다는 A씨는 닛케이비즈니스 인터뷰를 통해 "IT업계는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취업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부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부업 확산이 기업에게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의 경우 실적 하락으로 늘린 직원들의 부업이 항공기 탑승 승무원의 불규칙한 근무 상황을 만들었다. 회사는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정부주도로 진행된 부업을 악용하는 기업 사례도 나온다. 현지에서 부업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리캐리어에 따르면 겉으로는 부업을 추천하면서도 부업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 두게하는 케이스도 있다.

스가누마 슈헤이 리캐리어 대표는 "정부제도를 악용한 부적절한 회사 부업 가이드 운영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감을 키우고 인재 이탈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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