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메가 조선사, 애타는 대우조선

조성우 기자
입력 2022.01.12 08:56
현대중공업과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합병이 암초를 만났다. 메가 조선사의 독과점을 우려한 경쟁국의 반대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보다 대우조선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이하 EU)은 20일까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 합병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대우조선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해 5월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존속법인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인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6개 나라에 기업결합심사를 요청했다.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은 조건없이 승인했다. EU와 일본, 한국에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선박/대우조선해양
11일 파이낸셜타임스는 EU 경쟁당국이 한국의 대우조선과 한국조선해양 합병을 불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준비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이하 LNG) 수입 비중이 높은 EU가 높아지는 에너지 가격과 독과점으로 인한 LNG 운임비 인상 우려 등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78척 가운데 68척을 국내 조선사가 수주했다.

또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및 대형 조선 기자재업체가 몰려 있는 EU의 입장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무산된다고해도 현대중공업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벌써 올해 수주목표액인 174억4000만달러(21조원)의 14.3%을 달성했다. 또 대우조선에 투입하기로 했던 1조5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 자금을 미래 해양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합병이 무산된다고 해서 경영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지만 채권단의 눈치를 지속적으로 봐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새로운 주인찾기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 의해 대우조선의 LNG사업부를 제외한 채 합병을 진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부서를 따로 떼놓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한국조선해양이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타 기업들에게 대우조선을 매각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철강, 방산기업 등이 대우조선에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현재는 요원한 상태다.

합병 무산시 대우조선 내부 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40년 이상 대우조선에 몸담으며 회사 정상화에 힘을 보탰던 이성근 사장의 거취도 불투명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 사장 임명권을 가지게 된다. 이 경우 조직의 안정을 이유로 3월 임기만료인 이 사장이 연임될 가능성이 대두된 바 있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사장 임명권을 갖게 된다. 관련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새로운 사장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이 사장 취임 전인 2018년 매출 9조6443억원, 영업이익 1조24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사장 취임 이후인 2019년 매출 8조3587억원, 영업이익 2927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7조301억원, 영업이익 1534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특히 올해는 1조29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과의 합병이 무산된다고 해서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이 받는 타격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여유자금을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대우조선의 경우 20여년에 걸친 민영화 작업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며 "피로감 누적 및 이 사장의 거취까지 불투명해져 내부적으로 혼란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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