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최태원 회장(사진)의 관심 사업 중 하나인 가상자산 신사업의 첫 발을 뗐다. 최태원 회장은 가상자산 사업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대표적인 재계 오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차기 정부가 가상자산 친화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SK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완성할 것인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SKT ‘아폴로TF’에 직접 주문…블록체인 전문가 합류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 내 인공지능 사업 개발을 진행 중인 ‘아폴로 태스크포스(TF)’에 가상자산 신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최태원 회장은 특히 메타버스에 적용할 대체불가능토큰(NFT)에 특히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팀의 추진 사업에는 가상자산공개(ICO)와 가상자산거래소공개(IEO)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블록체인 전문 인력이 아폴로TF에 합류, 가상자산 사업 추진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아폴로TF는 SK텔레콤이 지난해 3월 신설한 인공지능(AI) 전략 TF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등 ICT 패밀리 전반에 적용할 AI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최태원 회장이 AI기반의 디지털 전환(DT)을 주요 과제로 삼으면서 아폴로TF를 확대 개편, 현재 구성원 수는 300명에 육박한다.

최태원 회장이 신사업에 열의를 내비치면서 그룹 내 가상자산 신사업이 상당한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폴로TF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SK스퀘어의 가상자산 발행 계획도 아폴로TF의 가상자산 사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SK스퀘어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에 9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아폴로TF가 관련 사업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과 SK스퀘어 등에서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신기술 기반 신사업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블록체인 관심…가상자산 활용 가능성 언급도

최태원 회장이 오래 전부터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SK그룹의 가상자산 발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6년 팀을 만들고 기업용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시작하며 일찌감치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SK(주) C&C가 금융, 통신,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모바일 디지털 ID 인증 서비스’를 개발하며 첫 결실을 냈다.

2019년에는 미국 블록체인 개발사 컨센서스에 투자를 단행, 신사업 공동개발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SK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체인제트 포 이더리움(ChainZ for Ethereum)' 서비스를 내놨다. 2020년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사회적 가치(SV)-지역화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몇 차례 가상자산 빅픽처를 드러냈다. 2019년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스 데모데이에서 가상자산이 구축하는 경제를 언급하며 "포럼에서 다소 복잡한 의제도 토론이 됐는데 블록체인과 토큰이코노미를 같이 가져갈 것이냐도 그 중 하나였다"며 "이 둘을 분리해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1’에서는 기조연설을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인센티브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상자산을 인센티브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재계 변방의 SK를 3위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라며 "신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의미있는 변화를 이뤄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