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양자내성암호(PQC) 기술 개발에 뛰어든 지 2년여 만에 기업 대상(B2B)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용회선이 있는 광전송 장비에 PQC를 적용해 별도 추가 장비 없이 보안성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향후 일반 회선을 포함해 소비자 대상(B2C)으로 PQC 사업을 확대, PQC 시장 1위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PQC는 수학 알고리즘 기반의 복잡한 암호를 활용하는 양자암호 기술이다. 송신부와 수신부만 해독해 암호키를 만드는 양자키분배기(QKD)와는 다른 기술이다. SK텔레콤과 KT가 QKD 기반의 양자암호통신 사업을 진행한다면, LG유플러스는 PQC 기반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왼쪽부터 진재환 LG유플러스 유선망개발팀장과 최종보 LG유플러스 유선통신융합사업팀장, 박세리 LG유플러스 유선통신융합사업팀 책임이 PQC 기반 전용회선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왼쪽부터 진재환 LG유플러스 유선망개발팀장과 최종보 LG유플러스 유선통신융합사업팀장, 박세리 LG유플러스 유선통신융합사업팀 책임이 PQC 기반 전용회선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PQC 기반 전용회선 서비스, 보안성 높이되 성능은 레이턴시 없이 ‘그대로’

LG유플러스는 20일 오후 서울 용산 사옥에서 유플러스(U+)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소개했다. U+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은 PQC 기술을 적용한 광전송 장비(ROADM)로 해킹이 어려운 보안 환경을 제공하는 신개념 전용회선 서비스다.

진재환 LG유플러스 유선망개발팀장은 "전용회선 서비스 과정에서 암호화, 복호화 형태로 (데이터를) 전송하다 보니 암·복호화를 위해 키를 둬야 한다"며 "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해킹) 문제가 생기기에 키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PQC를 쓴다"고 서비스 원리를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12월 서울대 암호 기술 개발 스타트업인 크립토랩과 PQC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2021년엔 크립토랩과 PQC 알고리즘 연구 공동개발협약(JDA)도 체결했다. 여기에 광전송 장비 업체인 코위버와의 협력을 더해 2년여 개발 끝에 U+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LG유플러스는 해당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 다양한 실증 사업으로 PQC 기술을 고도화했다. 2020년 정부의 디지털 뉴딜 사업 일환으로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 구축/운영 사업을 진행했다. 그해 PQC 광통신 장비를 개발하고 산업·의료 분야에 PQC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2021년에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PQC 기반 전용회선 서비스의 성능 검증을 마쳤다.

최종보 LG유플러스 유선통신융합사업팀장은 "장거리 전송망에서도 무리 없이, 레이턴시(지연 속도) 없이 서비스가 진행되는 것을 실증했다"며 "뉴딜 과제를 통해 서울에서 부산 간 거리도 측정한 만큼 서비스와 퀄리티에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리 책임이 PQC 인증서로 티켓 예매와 인증 전 과정의 보안성을 높인 서비스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 김평화 기자
박세리 책임이 PQC 인증서로 티켓 예매와 인증 전 과정의 보안성을 높인 서비스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 김평화 기자
금융·공공 수요 노리는 LGU+ "PQC 시장 1위 사업자 될 것"

LG유플러스는 PQC를 적용한 전용회선이 기존 자사 전용회선과 비교해 보안성은 높되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늦거나 하는 등 성능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전용회선을 지원하는 광통신 장비에 추가 장비 구축 없이 PQC를 적용하기만 하면 U+양자암호통신 전용회선 서비스가 가능한 만큼 편의성과 경제성이 높다는 설명도 더했다.

다만 기술 수준을 높인 만큼 일반 전용회선 요금제 상품보다 비싸지만, LG유플러스 측은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용회선 자체가 일반 회선보다 보안성이 높지만 키 전달 과정에서 노출 위험이 있는 만큼 PQC를 적용하면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논지다. PQC를 차세대 보안 기술로 보고 관련 정책과 사업을 진행하는 글로벌 단위 흐름도 서비스 사용 근거를 높인다.

LG유플러스가 바라보는 주요 수요층은 보안성을 중시하는 금융·공공 분야 기관과 사업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거대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게임과 플랫폼 업계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최 팀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용회선이 PQC로 변경돼야 한다고 보지만 당장 필요한지 고민하는 고객도 있을 수도 있다"며 "고객이 다양한 회선을 사용하는 만큼 중요한 회선, 개인정보가 많이 흐르는 회선 등에 PQC를 (먼저) 적용하도록 하는 등 고객 컨설팅을 통해 최적의 조건으로 (U+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기술 고도화로 전용회선뿐 아니라 유·무선 통신에도 PQC를 적용하는 안을 내다본다. 고객군별 맞춤형 응용 서비스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B2C 영역에서의 서비스 확대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LG유플러스는 사업 영역 확대에 앞서 출시 전인 PQC 티켓 예매 서비스를 미리 선보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티켓 예매 과정과 구매 후 인증 등 전 단계에 PQC 인증서를 적용해 불법 티켓을 막는 서비스다. 스마트폰에 PQC 인증서를 담은 물리복제방지칩(PUF) 유심을 탑재해 모바일 앱에서 PQC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LG유플러스는 PQC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PQC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 지속해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최 팀장은 "개인 스마트폰이나 일상 IoT(사물인터넷) 디바이스(기기)에서 사용 가능한 확장성을 지닌 게 PQC의 가장 큰 무기다"며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안 기술을 더 활발하게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