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20년 3월부터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 진료’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명맥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가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또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 과제에 선정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책 허점을 노린 불법 의료행위 등이 적발되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 사례까지 발견돼 정책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의사회가 서울강남경찰서를 찾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업체 ‘닥터나우’를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의사회가 서울강남경찰서를 찾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업체 ‘닥터나우’를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 서울시의사회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의사회가 서울강남경찰서를 찾아 ‘원하는 약 처방 받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업체 ‘닥터나우’를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닥터나우는 지난달 중순 베타서비스로 원하는 약 처방 받기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해당 서비스는 환자가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와 있는 의약품 중 원하는 걸 골라 장바구니에 담으면 10분 안에 의사가 전화해 처방전을 발행해주는 기능이다. 환자가 약을 직접 찾을 수도 있고, 퀵·택배 당일 배송을 통해 받을 수도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해당 기능이 의료법 제 18조와 제 27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18조는 "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내주거나 발송(전자처방전만 해당된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가 의약품 투여 필요 여부를 인정하기 전에 환자가 자신의 전문의약품 처방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해당 조항과 관련해서도 닥터나우가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먼저 선택하도록 하고 제휴된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처방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면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약사법 위반여부도 존재한다. 약사법 제 68조에는 ‘전문의약품 광고 금지’ 조항이 담겨있는데, 닥터나우는 베스트 약품 항목을 만들어 약품 순위를 선정해 왔기 때문이다.

닥터나우의 ‘베스트(BEST) 약품’ 코너에서는 탈모·다이어트·여드름 등 분야별 인기 약품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닥터나우와 올라케어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16일 ‘원하는 약 처방 받기’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시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일부 우려되는 서비스를 중단시킨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 제도 자체의 중단을 촉구하는 중이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코로나 환자의 진료를 위해 처음 시행됐다. 대면진료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진료를 했던 것이다"며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보다 우월하게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비대면 진료를 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비대면 진료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 의료행위까지 확인되면서 해당 플랫폼 업계는 더욱 수렁에 빠지는 분위기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이달에만 비대면진료를 통해 불법 의료행위를 한 의원·약국·플랫폼업체 등 7곳을 적발했다.

수도권 소재 A의원은 환자가 탈모약을 선택하고 비대면진료를 요청했지만 환자에게 아무런 통지없이 진료행위를 누락하고 처방전을 발행해 적발됐다. 서초구 소재 B의원의 경우,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다 적발됐다. 환자에게 유명 알러지약을 약국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처방해주겠다고 권유하면서 본인부담금 등을 면제해줬다.

하지만 본인부담금의 몇배에 해당하는 건강보험급여는 정상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의료법에는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새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지원 방안이 난관에 부딪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지원방안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디지털 헬스 맞춤 규제 재설계 등 크게 3가지다.

이 중 비대면 진료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의료정책이기도 하다. 의료사각지대 및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들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때부터 핵심 공략으로 내세울 정도로 관심을 쏟은 분야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의료계는 다음달 초 그간 중단된 의정협의체를 재가동해 비대면 진료 방향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다만 이달 10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비대면 진료 협의체 운영 회의’에 대한의사협회가 불참을 선언하는 등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양상이 유지되고 있어, 정상적으로 의정협의체를 진행할 수 있을지 여부도 사실상 미지수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 정부는 윤석열 대통력의 정책기조 때문에라도 최대한 플랫폼 업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여러 의료계 및 약사 단체들의 강한 반대 의지가 존재해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