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허락되지 않는 현대차의 일본시장 후퇴

김형원 기자
입력 2022.06.27 06:00
현대차의 일본시장 후퇴는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다. 전기차 시장 선점을 통해 성장발판을 마련하는 길 외엔 남겨진 선택지가 없다.

현대차는 2월 전기차 아이오닉5를 필두로 일본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7월부터는 현지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차량 인도가 시작된다.

일본 현지 반응도 예전과 달리 나쁘지 않다. 자동차 마니아와 얼리어답터 층을 중심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판매대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시장 반응이 좋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평가다.

다만, 현지 우익·보수층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최근 아이오닉5 부산 톨게이트 화재 사고를 빌미삼아 현대차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가 일본시장에서 발을 뺄 수 없는 이유는 2010년 현지 완성차 시장에서 이미 한 번 철수를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0년 일본 현지법인 현대모터재팬을 설립하고 ‘현대XG(그렌저)’와 ‘쏘나타' 차량을 현지 선보였다. 쏘나타의 경우 2005년 당시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배우 배용준을 기용해 대대적으로 TV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현지에서 인기절정 욘사마(배용준)까지 앞세웠던 현대차지만 판매량은 처절하리만큼 저조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 자료를 살펴보면 2001년 1113대로 시작한 현대차 판매량은 2004년 2524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지속됐다. 현대차가 일본에서 철수를 선언했던 2010년에는 한해 고작 208대가 팔렸다.

현대차가 일본시장에서 참패한 이유는 다양하다. 자동차업계는 소형차 위주 시장에 대형차를 가져다 판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평가한다. 현지의 좁은 도로사정과 주차장, 각종 세금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보수적인 소비자 성향도 참패 요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다.

이미 한 번 고배를 마신 현대차가 또 다시 일본시장에 문을 두드린 이유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대전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에서 후발주자였지만, 전기차에서는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만큼 시장선점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현지 터줏대감인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보다 한발 느린 행보를 보인다. 세계 전기차 전환기가 그들의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탓에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도요타 전기차 ‘bZ4X’는 바퀴 볼트가 풀리는 결함으로 출시 2개월도 안돼 리콜되는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물론, 일본 시장이 현대차에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일단 현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형편없다. 도쿄전력 계열사 e모빌리티파워가 일본 전역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지만 대부분 출력이 50킬로와트(kw) 저전압이다. 최근 성능을 개선한 기종도 90kw에 불과해 350kw 급속충전을 지원하는 아이오닉5의 장점을 현지에서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전기차와 충전기 출력이 글로벌 기준보다 뒤쳐지다 보니, 현지에서는 자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미즈호은행은 최근 ‘일본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50년 일본 자동차 수출이 ‘제로(0)’가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과거 일본 전자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몰락한 것처럼, 자동차 산업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상황이 좋지 못해도 현대차의 일본 시장 철수는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다. 보수색채가 강한 시장에서 두 번째 후퇴는 소비자들의 신뢰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도요타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현대차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만큼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차가 일본시장에서 성장 발판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지화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일본 시장이 아무리 ‘갈라파고스’라고 폄하받아도 2021년 기준 연간 445만대 규모의 세계 3위 완성차 시장을 자랑한다. 같은 기간 한국과 비교하면 2.6배 더 많다.

결국, 현대차의 일본 시장 공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맞는 차량을 공급하고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는데까지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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