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개발한 신약 ‘펙수클루’가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으면서 HK이노엔의 ‘케이캡’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패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국내 허가 6개월 만에 처방 시장에 진입한 펙수클루는 국내 첫 등재된 케이캡보다 다소 낮은 금액으로 팔리겠지만 영업력과 관계사를 앞세워 시장을 흔들어 놓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란성 위식도염 치료제 ‘펙수클루'와 ‘케이캡’ / 각 사 제공
미란성 위식도염 치료제 ‘펙수클루'와 ‘케이캡’ / 각 사 제공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미란성 위식도염 치료제’로 대웅제약 펙수클루 40㎎ 포함 4개 품목(앱시토, 위캡, 벨록스캡)의 7월 급여권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7월부터 미란성 위식도염 치료제로 처방되는 경우 1정(알) 당 939원의 건강보험 의약품 급여를 지원받는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계열에서는 HK이노엔이 선두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 2019년 국내에서 출시된 HK이노엔의 신약 케이캡은 1정에 1300원으로 대웅제약 펙수클루보다 높은 건강보험료를 적용받고 있다. 같은 양을 판매해도 HK이노엔 측의 이익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는 케이캡이 동일 계열 성분 가운데 가장 먼저 출시돼 건강보험 급여에 우선 등재됐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신약의 경우 환자 치료효과와 건강보험 지출이라는 경제성을 고려해 급여액을 산정한다.

케이캡은 30번째 국산 신약이면서 단일 제품으로만 한해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유일한 국산 신약이기도 하다. 외국과 달리 국내는 한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도 ‘블록버스터’라는 칭호를 붙여주는데, 발매 3년만에 한해 1000억원 이상의 원외처방 실적을 내면서 국내 제약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케이캡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에 쓰이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항궤양제다. 위벽세포에서 산분비 최종 단계에 위치하는 양성자펌프와 칼륨이온을 경쟁적으로 결합시켜 위산분비를 억제한다. HK이노엔의 전신인 CJ헬스케어가 2010년 일본의 벤처기업 라퀄리아로부터 초기 물질을 도입한 후 상업화하기까지 8년 가까이 걸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 다케다의 ‘다케캡(성분명 보노프라잔)’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P-CAB 계열 신약이다. 현재 34개국에 기술수출 및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한 상태로 최근 중국 파트너사 뤄신과 함께 케이캡 현지 판매에 돌입했다. 뤄신은 2년 내 매출 목표를 2000억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케이캡 앞에 펙수클루가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는 흔들릴 전망이다. 펙수클루는 케이캡이 등재된 이후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 대상에 올랐기 때문에 케이캡의 대체 약제로 분류돼 다소 낮은 건보료가 책정된 상태다. 두 약 모두 기존 ‘프롬톤펌프억제제(PPI)’를 개선한 P-CAB 계열 치료제로 사실상 성분이 동일하다.

이에 대웅제약은 관계사인 대웅바이오, 한올바이오파마, 아이엔테라퓨틱스에서도 펙수클루와 동일한 성분의 약을 생산해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국내 최대 영업망을 통해 케이캡의 영업‧마케팅 능력을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500억원 안팍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케이캡은 종근당과 공동으로 영업‧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만 물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제품인 ‘구강붕해정’ 케이캡은 HK이노엔 단독으로 영업‧마케팅을 하고 있다. 케이캡의 경우 지난해 1096억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했으며, 9500억원 규모의 국내 소화성궤양용제시장에서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단일 제품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약이 400원 정도 차이 나는데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체로 의료기관은 누적된 데이터가 많고 안전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큰 만큼 올 하반기 진정한 승자가 누가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