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영림원소프트랩은 소프트웨어(SW) 전략물자 관리 제도로 인해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 기업에 SW를 판매할 때 신고를 누락했다가 담당 직원이 경찰조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까지 받았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이 안보 관련 제품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략물자관리 제도에 대한 무지가 가져온 해프닝이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 고객을 유치한 후 클라우드 센터 계정을 오픈할 때마다 전략물자 관련 신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법이다.

전략물자 관리 제도로 인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토종 SW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기업들이 제도를 잘 몰라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고자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섰다.

전략물자 관리 제도는 무기 등으로 전용될 수 있어 국제수출통제체제 원칙에 따라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와 국가안보를 위해 수출허가 등 제한이 필요한 물품,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다. 한국이 국제 수출 통제 체제인 바세나르협정(이하 협정)에 참가하면서 전략물자 관리 제도가 도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윤규 제2차관은 ‘SW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국내 SW기업의 성장 및 해외진출 지원방안’을 주제로 30일 ‘제2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을 비롯한 일부 기업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략물자 관리 제도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 한국타이어빌딩에서 열린 '제2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 모습 / 과기정통부
서울 강남구 한국타이어빌딩에서 열린 '제2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 모습 / 과기정통부
오영수 영림원소프트랩 부사장은 "고객에게 클라우드 계정을 오픈할 때마다 전략물자 허가 신고를 받아야 하는 지, 체험판으로 일주일 정도 사용하는 고객의 경우에도 계정 오픈 시 허가 신고를 해야하는 지 기업들은 잘 모른다"며 "최종 사용자인 고객이 쓸 때 마다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사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포시에스란 회사에 이어 저희도 그런 어려움을 겪었고, 현지에서 발생한 일은 어디가서 물어보기도 쉽지 않다"며 "해외 진출을 하면 마치 바다에 혼자 있는 느낌이다"고 호소했다.

이상국 안랩 상무는 "보안 SW는 특히 특정 SW에 임베디드 돼서 들어간 경우가 많고, 최종 엔드유저(사용자)는 저희 제품인지 모르고 쓰는데 최종사용자의 계약서를 받으라고 한다"며 "과도한 요구라며 고객사를 뺏긴 적도 있다"며 제도의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조민영 과기정통부 과장은 "전략물자 관리제도는 타 부처의 제도다 보니 저희가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어서 산업부에 제안하려고 한다"며 "연내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에 들어갔으며, 다른 나라 제도 운영 사례를 살피면서 불편함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T 환경 변화에 따라 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요즘 대부분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납품형과 클라우드형이 혼재된 경우가 많다"며 "글로벌 빅3 클라우드 기업들의 가이드를 받으면 해결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여전히 현지 진출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송경석 전략물자관리원 단장은 "SW 수출이 최근 5년간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클라우드 전환 형태에 대응체제를 갖춰야 하는 것에 동의하며, 올해 연구결과를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을 하는 기업이라면 전략물자 관리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포괄수출허가와 같은 예외 제도를 잘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중소기업이 SW 전략물자 수출 허가제도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홍보, 교육 뿐 아니라, 타 기업의 모범 준수 사례 공유 등 수출 기업 간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 밖에도 SW 전문기업의 SW 해외 진출에 따른 인재확보 어려움과 같은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SW기업의 해외 진출 역량 확대를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전략물자관리원에서 1년에 3만건정도 이런 문제를 다루기엔 인력이 빠듯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기부 SW산업 쪽에서 직원 1~2명 정도가 TF형태로 파견가서 전담해 줄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