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꽉 막힌 가상자산 시장, ‘문재인 2.0’ 도래하나

조아라 기자
입력 2022.07.06 06:00
루나(LUNA)가 준 충격은 대단했다. 시장이 얼마나 클 수 있는 지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실패할 경우 파괴력의 위력도 여실히 증명했다.

루나는 출시 2년 만에 시가총액 49조원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6위에 오르기도 했다. 5일 기준 코스피 시장과 비교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다음 5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외 금융권이 루나를 설계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열광한 이유다.

정점을 찍고 루나는 무너졌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유동성 잔치가 끝나면서 루나의 부실한 설계는 민낯을 드러냈다. 디파이(DeFi) 시장 신뢰 하락은 가상자산 가치 폭락으로 이어졌고, 셀시우스와 3AC 등 미국 코인 담보 기업이 흔들리며 도미노 붕괴가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변방의 코인 하나가 전 세계 부를 순식간에 빨아들이고 나락으로 떨어지기까지 2년이면 족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은 법이다. 각국 정부와 금융계 큰 손들은 계곡이 얼마나 깊은 지 목격하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산이 높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위기에서 기회를 엿 본 눈치 빠른 월가 큰 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대형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파산을 앞둔 기업 인수를 타진하는 한편,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도 위험에 빠진 기업 구제에 나서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정부도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 규제에 나서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시장을 자국의 관리감독 하에 놓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유럽연합(EU)도 가상자산 규제 논의를 본격화했다.

크립토 빙하기를 대처하는 그들의 목표는 뚜렷하다. 빙하기 이후 해빙기를 준비하겠다는 의도다. 규제와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미래 먹거리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가상자산의 책임있는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영국 정부가 ‘가상자산 글로벌 허브’를 선언한 게 이를 잘 나타낸다.

국내 가상자산 빙하기는 혹독하기만 하다. 이대로 멸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가상자산 시장의 시계가 대선 직전에 멈춰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의 명줄을 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는 고팍스를 마지막으로 감감 무소식이다. 하나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 하나의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는 1대1 방식도 그대로다. 은행권 협업도 막혔다. 신한금융지주는 코빗에 대한 투자를 잠정 중단했고, 신한은행도 코빗을 통해 발급했던 법인 계좌 제공을 중단했다.

모두 현행법에 근거가 없는 ‘보이지 않는 규제’들이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영역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쯤되면 새 정부의 스탠스가 의심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다. 위법 사항을 적발하고 벌 주는 게 전공이다. 검사 출신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금융 시장에 대한 강도높은 검사와 단속을 공언하고 나선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육성은 커녕 규제만 강화할까 우려가 나온다. 국정과제에서 나온 가상자산 시장 육성 방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무회의라도 열고 선언적 의미의 투자자 보호를 외치기라도 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대선 전 공약에 그치는 모양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루나 사태로 인한 자율규제안 마련을 촉구한 게 전부다. 야당 시절 시장을 대변하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실명계좌 확대를 주장하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조용하기만 하다. 그동안 근거없이 행해진 행정행위의 기준을 제시하는 일도 의미가 있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진척이 없다.

우리 정부는 높은 산은 보지 않고 깊은 계곡만 보고 있다. 현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을 ‘문재인 2.0’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오히려 그 때 보다 후퇴하면 후퇴했지 나아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민의힘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반도체와 미래차, 배터리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과감한 지원과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문재인 정부보다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면, 시늉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투자자 보호 방안을 세우고, 해빙기를 준비할 수 있는 육성책을 늦지 않게 도입하기 바란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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